[전례생활] 물은 생명 근원의 표지 세상의 모든 물질은 똑같은 성질을 띠고 있다. 그것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커지고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가 작아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직 한 가지 물질만은 그 반대 현상을 나타낸다.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작아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가 커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물이다. 흔히 물도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커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부피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기화현상이 일어나서 단지 압력이 높아질 뿐이다. 물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절대 부피는 오히려 줄어든다. 모든 물질의 특성과 반대되는 현상이 이 물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물리학적으로도 물은 생명 활동에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일반적으로도 물은 생명과 직결된 물질이다. 사람의 몸도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생명체의 대부분의 요소는 물이다. 몸 안에 물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난다.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때로 목이 마른 것은 물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닥치면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물은 생명을 키우는 데에 꼭 필요한 중요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물은 생명체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또한 물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물질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 데 물을 쓴다. 우리 옛 속담에 무엇 쓰기를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흔하고 많이 쓴다는 뜻일 게다. 물이 없다면 우리는 씻지 못한다. 깨끗한 모습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전기나 불이 없다면 빛을 얻을 수 없듯이, 물 없이 우리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물은 위생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 물은 우리의 삶, 우리의 생명, 우리의 존재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곧 생명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기에 교회는 이 물을 축복하여 거룩한 표지로 사용한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세례도 물로 씻는다. 정화의 의미가 있으며, 새 생명으로 탄생하는 의미를 바로 이 물이 갖는 특성에서 찾는다. 또 성수도 있다. 축복한 물로 우리가 받았던 세례를 상기시켜 준다.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할 때, 성수 예절로 공동체에 성수를 뿌릴 때, 그리스도인이 사용하는 건물이나 시설물 또는 성상 등을 축복하고자 성수를 뿌릴 때, 떠나보내는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성수를 뿌릴 때 우리가 받았던 세례를 상기한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주님을 닮게 되었다. 주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셨듯이…. 교회는 전례주년을 통해 주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며 우리의 세례를 상기하고자 한다. 이 축일이 우리의 세례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은 성탄절에 세례를 주던 풍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주님 세례 축일까지 성탄시기 안에 포함된다. 그것은 원래 성탄절과 연결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동방교회에서 공현 축일(1월 6일)을 지내면서 이미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여 그 전날 저녁에 물을 축복하는 예식을 가졌다. 원래 그리스도인의 세례는 부활 성야의 파스카 축제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세례를 베풀던 것이 부활 성야에서 공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어른 세례가 줄어들고 유아 세례는 집에서 베풀게 되었다. 그렇지만, 공현 축일에 세례수를 축복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이것은 예수께서 요르단강에 내려가셔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고자 물을 축복하셨기 때문이라는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세기를 지나면서 공현 축일에 주님 세례를 기념하는 축일을 지냈는데, 오늘날의 전례력(1960년)에 받아들여져서 주님 공현 대축일(1월 6일) 다음 주일에 공식적으로 주님 세례를 기념하도록 마련하였다. (주님 공현 대축일이 1월 6일이지만, 대축일을 지낼 수 없는 경우에는 가까운 주일에 지내므로, 올해에는 1월 7일 주일이 공현 대축일이 되고, 주님 세례 축일은 밀려서 그 다음날인 1월 8일에 지내는 것이다.) 이날 전례의 중심은 역시 ‘세례’이다. 그리스도의 세례이지만 우리 신자들의 세례를 상기시킨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인간으로 오셨으며(성탄), 또 모든 민족들의 빛으로 계시되었으며(공현), 또한 세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구세주이심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그분께 대한 믿음을 갖게 한다(세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복음)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를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이자 구세주로 내세우셨다는 것을 말하고, 베드로의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을 선포(제2독서)하고 있다. 오늘 우리 신자들도 우리의 세례를 기억하며 세례 때 받은 성령을 통하여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임을 깨닫고, 구세주이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살 것을 다짐해 보자. “성자의 말씀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주님의 참된 자녀가 되는 것”(영성체 후 기도)이기 때문이다. [경향잡지, 2001년 1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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