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성월의 유래와 의미, 올바른 성모신심 성모성월은 동방교회에서 먼저 지내기 시작했다. 이집트 중심의 콥틱 전례는 11세기부터 예수의 탄생과 예수를 낳은 마리아를 찬미하기 위해 12월10일부터 1월8일까지를 성모성월로 지냈다. 이 기간 중 신자들은 성탄을 준비하기 위해 단식을 하고 마리아와 관련된 내용의 기도를 한 달간 매일 저녁에 바쳤다. 비잔틴 전례는 13세기부터 8월을 성모성월로 정해 8월15일 '성모안식 대축일(오늘날의 성모승천대축일)' 전 15일간 단식하고 이후 15일은 축제의 연속으로 기쁨을 표현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제7권 참조). 서방교회는 일반 민중들의 봄 축제나 5월 축제가 서서히 그리스도교화함에 따라 13세기말부터 5월을 성모성월로 봉헌하는 관습이 생겼다. 5월과 마리아를 처음으로 연결시킨 사람은 카스틸랴의 왕 알폰소 10세(1221∼1284)로 그는 5월이 주는 자연의 풍성함을 노래하며 영적으로 풍요함을 가져다주는 마리아에게 기도할 것을 권고했다. 로마에서는 필립보 네리(1515∼1595) 성인이 젊은이들에게 5월 한달 동안 성모 마리아에게 꽃다발을 바치거나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선행으로 마리아를 공경하도록 함으로써 미약하나마 성모성월을 지내기 시작했다. 5월이 성모성월로 구체화된 것은 17세기말부터다. 피렌체 부근 도미니꼬회 수련원에 1677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한 단체가 생겨 이 지역의 5월1일 마리아 축제를 지내다가 1701년부터는 5월 한달 동안 매일 축제를 열었다. 이 축제 때 이들은 '성모 호칭기도'를 노래로 바치고 마리아에게 장미 화관을 봉헌했다. 나폴리나 만토바 성당에서도 5월 한달 동안 매일 저녁 성모에게 찬미가를 바치고 성모를 기리는 행사를 거행했다. 성모성월 신심행사는 그 뒤 프랑스와 스페인·벨기에·스위스·독일 등지로 퍼졌으며 1758년과 1785년 '성모성월' 책자들이 출판되면서 이를 정착시키는데 영향을 주었다. 특히 교황 비오 9세가 1854년 12월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반포한 후 마리아 공경은 절정에 달해 성모성월 행사가 장엄하고 공적으로 거행됐다. 역대 교황들도 성모성월 신심을 잘 지켜가도록 권장했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는 교서를 통해 "성모성월 신심이 엄격한 의미에서는 전례에 속하지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례적 예배 행위로 간주할 만한 신심"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교황 바오로 6세도 1965년 발표한 '성모성월에 관한 교서'에서 "성모성월은 세계 도처의 신자들이 하늘의 여왕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달"이라며 "교회 공동체와 개인, 가정공동체는 이 기간 동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마리아에게 드리고, 기도와 찬미를 통해 마리아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찬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모성월 신심행사는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다. 한국교회도 다른 성월에 비해 성모성월 행사를 장엄하게 거행하고 있다. 각 본당마다 성모상을 아름답게 꾸미고 '성모의 밤'을 거행하거나 매일 성모성월 기도회를 봉헌하고 있다. 특히 성모의 밤 행사 때에는 마리아에게 드리는 시낭송, 성모호칭 기도, 꽃이나 촛불 봉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모에 대한 공경을 드러내고, 성모의 사랑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한다. 이는 한국교회 신자들이 그만큼 성모신심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모에 대한 신자들의 공경을 그리스도께 대한 흠숭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성모에 대한 사랑과 공경이 크면 클수록 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마리아 공경이 그리스도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잘못된 성모신심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은 마리아와 그리스도와의 밀접한 연관성, 마리아와 교회와의 친근한 관계, 마리아와 우리와의 관계(제8항)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도 1974년 발표한 교황 권고 '동정 마리아 공경'에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예배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마리아 공경을 적절히 가르치면 신자생활에 있어 사목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공경은 우리를 그리스도께 인도해 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그리고 우리에게 오셨듯이 우리는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께'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직접적인 일치를 이루는 데 마리아가 옆에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우리 신앙에서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다. 다만 마리아는 예수와 뗄 수 없을 만큼 예수와 합치된 분이어서 마리아와 일치할수록 예수와 일치하게 되고, 예수와 일치할수록 마리아와 일치하게 된다. 결국 성모신심의 핵심은 마리아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마리아와 같은 마음으로 예수를 생활의 전부로 삼아서 살아가는데 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께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리아 신심운동이 기적이나 발현에 치우치지 말고 전례적인 공경 안에서 올바로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회에서 정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신자들이 나름대로 믿어 어떤 대상을 공경하면 그것은 잘못된 신심이다. 또 성모신심의 대가인 성 루이 몽포르(1673∼1716)는 마리아에 대한 잘못된 신심과 참된 신심을 이렇게 구분했다. 잘못된 성모신심을 가진 신자들은 마리아에게 신심은 있으나 자기 중심적인 신심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성모를 공경하는 이들을 무시한다. 또 성모 공경이 마치 그리스도께 대한 공경을 감소시키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우려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신심을 가진 사람은 성모에게 드리는 기도가 성모를 통해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심 없이 형식적이고 외적인 신심행위에 치중하고, 현세적 욕망에 빠져 살면서도 외적 신심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잘못된 신심이다. 항구성 없이 기분에 따라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열렬하다가 냉랭해지는 경우, 자신의 어떤 유익을 위해서나 재난을 피하기 위해 마리아에게 의지하고 기도하는 경우, 위선적인 신심 등도 잘못된 신심에 해당된다. 이같이 잘못된 신심을 극복, 마리아와 일치해 성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통해 그리스도와 결합함으로써 완덕에 이르는 참된 성모신심은 무엇보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또 어린 아기가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듯이 성모에게 완전하고 순박하게 의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모에 대한 참된 신심을 가진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기도하는 항구한 신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감정에 따라 사는 게 아닌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께 대한 신앙과 신뢰로 살아가게 된다. 올바른 성모신심을 위해 무엇보다 마리아가 어떤 분이고 어떻게 살았는지 정확히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성모의 겸손, 생생한 신앙, 하느님께 대한 순명,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 인내와 극기, 절제, 지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마리아의 성덕을 제대로 본받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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