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배움터] 신약성경의 예배 (2) 신약 예배의 특징 지난 호에서 ‘신약 예배의 형성’을 공부하면서, 신약 예배의 연속성(종속성)과 단절성(독창성, 참신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신약 예배의 참신성’을 살펴본 후, ‘신약 예배의 특징’ 세 가지 ① 공동체적 차원 ② 역사적, 기념적, 예언적 차원 ③ 내적, 실천적 차원을 구약 예배의 특징과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신약 예배의 참신성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예배를 종결지으시고 새로운 예배를 창립하십니다. 구약성경의 예배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함께 소멸됩니다. 신약 예배의 토대는 참된 예배의 ‘성전’이신 예수님 자체이십니다.(참조. 요한 2,19-22) 그리스도는 ‘성전보다 위대한 이’, ‘영원한 대사제’,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유일한 중재자’이시며, 그분은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는 속죄의 사제직무’를 수행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고,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참조. 로마 5,1이하; 히브 10,19이하) 그리스도의 육신 또는 그리스도의 인성은 하느님의 성전으로 존재함과 동시에 구약 예언의 성취라는 측면에서 구약 희생제사의 제물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최후까지 성취한 그리스도의 순종은 그리스도교 예배를 새롭고 참신한 단계로 올려줍니다. 사도들의 설교는 그리스도에 의해 성취된 구원을 기쁘게 선포합니다.(참조. 사도 1,4; 2,33.38-39; 갈라 3,14) 구약의 제사들은 성화시키고 거룩하게 할 능력이 전혀 없었지만, 그리스도의 파스카 희생제사에서 열매로 주어지는(참조. 히브 9, 13) 하느님의 선물은 마음의 회개와 신앙에 연결되어 거룩함을 본받는 삶을 영위하게 합니다.(마태 5,48; 참조. 1베드 1,15-16) 신약성경의 예배인 세례성사(참조. 마르 16,16: 로마 6,4-10), 성체성사(참조. 1코린 11,23-26; 사도 2,42.46) 및 다른 성사들과 전례는 파스카 희생제사의 구원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예배가 ‘참신한’ 다른 이유는 구약성경의 예배가 삶과 병행하여 이룩해야 하는 행위인 반면, 신약성경의 예배는 그리스도인의 실존 자체에 성립되어 ‘그리스도 안에’ 생활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생활하는 실존이 바로 그리스도교 예배의 충만한 표현입니다. 그것은 인류를 위해 예수님을 희생시키시고, 부활시키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룩하신 파스카 사건의 결과가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약성경의 예배에서는 예배규정도 근본적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은 성전과 율법으로 대표되는 이중적 구원제도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현존하셨다면, 신약성경의 예배에서 하느님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선물을 통하여 “유다인이건 그리스인이건”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현존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우선적’ 예배는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믿음과 애덕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2. 신약 예배의 특징 신약 예배의 특징은 구약 예배의 특징과 연속성이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구별되는 단절성(독창성, 참신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약 예배의 세 가지 특징을 살펴봅시다. ① 공동체적 차원 구약 예배의 공동체적 차원은 이집트 탈출로 형성된 이스라엘 백성의 정치, 종교, 사회의 공생관계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선택된 겨레, 임금의 사제단, 거룩한 민족,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1베드 2,9; 참조. 탈출 19,5.6; 이사 43,20.21; 묵시 1,6; 5,10)으로 뽑히고 모였다면, 신약 시대에는 새 이스라엘이 성령 안에서 한 형제로 모이게 됩니다.(참조. 사도 2,42-45; 4,32-35) 신약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자 공동체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참조. 1코린 1,2), 전례회중으로 모였으며(참조. 1코린 11,18.20; 14,26), ‘교회’(사도 5,11; 신명 4,10), ‘주님의 교회’(사도 20,28; 1코린 1,2), ‘그리스도의 교회’(로마 16,16) 등으로 불렸습니다. ② 역사적, 기념적, 예언적 차원 성서적 의미에서 ‘기념’은 과거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선포하는 것입니다.(참조. 탈출 13,3) 이러한 사건들을 예배 안에서 기념할 때, 그 사건들은 어떤 방식으로는 현재 실제로 일어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유다인들의 파스카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초 세기부터 교회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기념제’인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25)고 하신 주님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성찬례를 거행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의 파스카를 기억하며, 이 파스카를 현재화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사건을 예배 행위로 재현하는 신약의 예배는 언제나 ‘기념’이 됩니다. ③ 내적, 실천적 차원 예언자들과 동일하게 예수님은 예배에서 ‘내적 정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참조. 마태 23,16-23; 루카 11,38-41; 마태 15,1-11) 또한 예배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본조건으로 ‘형제에 대한 사랑’과 ‘용서’를 제시하셨습니다.(참조. 마태 5,23-24; 마르 12,33)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복종과 인류에 대한 헌신의 삶을 사신(참조. 마르 10,45) 예수님은 지상생활을 마치실 때 빵을 쪼개어 나누고 포도주 잔을 함께 마시는 제의적이고 상징적인 동작을 통해 그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제의적이고 반복가능하고 전례로 거행할 수 있는 동작을 통해 그분의 삶을 제자들에게 넘겨주셔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삶을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예배’와 ‘실존의 생활실천’으로 기념하도록 하십니다. 신약성경의 예배는 예수님의 행위를 본받아 예배의 예식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강조점이 예식성에서 ‘실천’으로 넘어가도록 하였습니다. 신약성경의 여러 본문은 ‘생활실천의 예배, 영적 예배’를 ‘예식적 예배’의 연장으로 보고 있습니다.(참조. 1코린 11,17-34; 로마 12,1-2; 1베드 2,4-5; 요한 4,23-24; 히브 10,1이하)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내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1-2) 3. 글을 맺으면서 먼저 신약 예배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본조건으로 ‘형제에 대한 사랑’과 ‘용서’를 제시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참조. 마태 5,23-24; 마르 12,33) 우리가 봉헌하는 예배의 가치를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사도 바오로의 권고(로마 12,1-2)를 묵상하면서 우리의 생활실천이 하느님께 올리는 합당한 ‘영적 예배’가 될 수 있도록 좀더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월간 빛, 2006년 4월호, 장신호 요한보스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전례꽃꽂이연구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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