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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홍지효님의 요청에 의하여....
작성자김초롱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31 조회수596 추천수2 반대(0) 신고
엊그제 밤 늦도록 마음속에 내내 많은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그래서 몇자 남겼던 글(자유게시판) 입니다.
홍지효님의 요청에 의해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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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 수거 아저씨.
 
 
동네가 어스름해 지고
늦은 귀가길의 사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이로
어디선가 박스수거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느릿느릿 오고 계셨다.
 
아파트 모퉁이에 버려진 박스들을 골라 수레에 담는 몸짓이며
꺼무튀튀한 피부색에 눌러쓴 모자며 떨군 시선이 왠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미 수레부피보다 더 높게 담겨진 수거물들을 보니 아주 먼 길을 그렇게 끌고 걸으며 오셨던가 보다.
 
또 얼마나 더 가셔야 하는지,
저녁요기는 하셨는지...왠지 늘어진 어깨를 보니 다가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오늘 하루도 이 작은 창에서는 수 많은 말들이 뱉어지고, 주고 받고..........소란스럽기만 했는데,
이 아저씨를 보니 종일 수 많은 사람들 속을 지나시면서도 어쩌면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았을것만 같은
무거운 침묵이 느껴졌다.
 
아무도 말을 건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러 생겨난 사람처럼 존재 자체를 무심히 대했던 시간들에 부끄러워졌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있고, 말도 하고 싶을텐데, 이곳의 사람들 처럼 말이다...
마치 벙어리처럼 수레의 짐 만큼이나 커다란 부피속에 자신을 숨겨버린 아저씨,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젊은 지체장애인이다.
 
결국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길 모퉁이를 돌아 그림자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그분의 모습이 마치 고난에 단련된 성자처럼 보였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말이라도 건네야 할것 같다.
 
많은 말을 하고 산다는 것이 쓰레기같다고 생각할 무렵,
무거운 침묵의 한 사람을 통하여 
좀더 맑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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