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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2 조회수369 추천수5 반대(0) 신고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루가18,9-14)

-유광수 신부- 
 

 오, 하느님이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는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금식을 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신앙생활의 두 모델을 본다. 대부분 우리의 신앙 생활은 이 두 부류 중에 한 가지 한 부류에 속한다. 즉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같은 모습이며 다른 하나는 세리와 같은 모습의 신앙생활이다. 나는 과연 어느 부류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바리사이파의 모습인가? 아니면 세리의 모습인가? 우리가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하였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자세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의자에 앉은 자세가 나쁘면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오래 몇 년 동안을 지나고 나면 허리에 디스크가 올 수 있듯이 신앙생활의 토대가 되는 근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로 올바르게 발전할 수 없고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
 
그럼 바리사이파와 세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들은 똑같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며 또 기도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바리사이파의 기도의 내용을 들어보면 얼마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즉 그는 강도 짓을 하지도 않고 불의를 저지르지도 않고 간음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뿐인가? 일주일에 두 번이나 금식을 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치기까지 하니까 신앙생활도 얼마나 열심한 사람인가! 하나도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다.

그의 말만 들으면 모두가 칭찬 받을 일이며 본받을 만한 사람이다.

 

거기에 비해 세리는 너무나 초라하다. 세리의 기도를 들어보면 그가 한 일이란 하나도 없다. 그저 죄인이니 불쌍히 여겨달라고 가슴을 치며 기도하는 것밖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좋은 일을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을 열심히 했다는 내용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저 죄인이라고 불쌍히 여겨달라고만 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다고 인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라고 세리를 칭찬하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 반대되는 판결을 내리셨다. 우리가 볼 때에는 분명히 바리사이파가 더 훌륭했고 세리가 못 살은 사람이었다. 아마 우리는 너도 가서 바리사이파 사람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교회에 교무금이나 봉헌금을 많이 내고 교회에서 지키라고 한 것이나 열심히 지키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럼 바리사이파와 세리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바리사이파의 기도의 내용을 잘 들어보면 하느님을 위해서 기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였다. 결국 바리사이파의 기도의 모든 내용은 자신을 드러내는 기도였지 남을 위한 기도라거나 하느님께 감사 드리기 위한 기도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바리사이파의 기도의 내용을 들어보자. 그 사람의 기도의 중심에는 항상 하느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우선 기도를 시작하는 단어가 "제가"라고 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나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다른 사람들 즉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는 것이다. 결국 기도의 내용은 다른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고 자기는 그들과는 달리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다 들추어내면서까지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다.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는 잘 살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강도짓, 불의를 저지르고 간음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고 자기 혼자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일주일에 두 번 금식을 하고 십일조를 바쳤다고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늘어놓고 있다. 스스로 자기 자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의 내용에는 자기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정말로 감사 드린다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기도한다든가 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전부 다른 사람들은 업신여기고 자기 자신만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말하고 있다.

 

한편 세리는 어떻게 기도하였는가? 그는 자신의 좋은 점을 늘어놓는 기도가 아니라 잘못을 청하고 있다. 그는 다른 이들을 비판한다거나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있다. 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느님이 베풀어주신 많은 은혜를 생각한다면 너무나 못 살았기 때문에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세리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 것이다. 그의 관심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영적 생활이다.

 

바리사이파 사람의 한 중앙에는 하느님이 계신 것이 아니라 "자기"라는 나가 있고 세리의 한 중앙에는 자기가 아니라 한없이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이 계신다. 바리사이파와 세리의 신앙생활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기 자신의 삶의 한 중앙에 "자기"가 있는가? "하느님"이 계신가? 의 차이이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무엇을 하든 즉 기도를 하든, 좋은 일을 하든 항상 그것의 한 중앙에는 "자기"가 있다. 즉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우상 숭배이다. 즉 자기라는 신을 섬기는 우상숭배이다. 한편 세리는 자기가 아닌 하느님이 한 중앙에 계시기 때문에 모든 것은 하느님 중심으로 한다.

 

우리가 복음을 알아야 하고 묵상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잘못된 나의 신앙생활이나 생활을 올바로 교정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그냥 살아간다면 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고 잘못하고 있는 지를 알 수가 없다.


바리사이파 사람도 자기가 잘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 즉 세리가 잘못생활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하느님 앞에 나와서 자기가 무척 잘한 것처럼 떳떳하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꼿꼿이 서서"
라고 복음은 바리사이파의 자세를 정확하게 적었다. 즉 남이 보라는 뜻이다.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자기의 잘못을 알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고 그래서 감히 얼굴을 들지도 못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눈은 정확하다. 그리고 겉만 보시는 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꿰뚫어 보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다고 인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라고 올바로 판단하신 것이다.

 

오늘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우리의 진정한 회개란 무엇인가?
회개란 복음 앞에서 자기의 잘못을 발견하고 교정하는 것이다. 즉 오늘 복음을 보면서 나에게 바리사이 사람과 같은 신앙자세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런 잘못된 신앙생활을 올바로 교정하는 것이 진정한 회개이다.

 

분명히 복음을 보면서 나의 잘못을 알면서도 아무런 뉘우침이나 교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회개를 하지 않는 것이며 아무리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신앙생활은 발전해야 하고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교정해가야 하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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