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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의 모든 것22: 전례의 절과 보편 지향 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22 조회수7,428 추천수0

[미사의 모든 것] (22) 전례의 ‘절’과 보편 지향 기도


고개 숙이고 허리 굽혀 하느님께 찬미와 공경 드리다

 

 

- 가톨릭 전례에서 절을 하는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찬미와 공경을 드리는 표지이며, 하느님 자비와 겸손에 대한 일치와 따름을 드러내는 동작이다. 통상 ‘고개를 숙이는 절’과 ‘허리를 굽히는 절’ 두 가지로 구분한다.

 

 

나처음: 미사 중에 신앙 고백을 할 때 어느 부분에서 신자들이 모두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하죠.

 

조언해: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또는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사도 신경) 하는 부분에서 모두 고개를 숙여 깊은 절을 하는 거야.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과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이 부분에서 모두 무릎 절을 하는데 한국 교회는 무릎 절 대신 깊은 절을 해.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미사의 통일된 동작과 자세는 거룩한 전례에 모인 그리스도인이 이루는 일치의 표지라고 설명했었지. 통일된 동작은 미사 참여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표현해 주지. 신앙 고백을 할 때 깊은 절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교회는 미사의 동작과 제사를 민족의 문화와 건전한 전통에 맞게끔 지역 교회 주교회의에 맡기고 있단다. 그래서 한국 교회에서는 무릎 절 대신 고개를 숙이는 깊은 절로 대체하고 있어.

 

조언해: 미사 중에 신앙 고백 외에도 절을 하는 경우가 많죠.

 

라파엘 신부: 절은 어떤 이나 그의 표상에 공경과 영예를 드리는 행동이지. 가톨릭 전례에서 절은 통상 ‘고개를 숙이는 절’과 ‘허리를 굽히는 절’ 두 가지로 구분한단다. 고개를 숙이는 절은 하느님의 세 위격을 한꺼번에 부를 때, 그리고 예수님이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이름을 부를 때, 어떤 성인을 공경해 거행하는 미사에서 그 이름을 부를 때 해요. 영광송을 바칠 때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숙이는 절을 하는 게 이 부분에 속하지.

 

허리를 굽히는 절, 곧 깊은 절은 사제가 제대에서 예식을 행할 때 주로 하는 동작이란다.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러 갈 때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라며 기도하면서 제대를 향해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하지. 또 예물 준비 때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담은 성반과 성작을 성체포 위에 올려놓고 “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오늘 저희가 바치는 이 제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소서”라고 속으로 기도할 때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한단다. 아울러 미사에 참여한 모든 이가 신앙 고백을 하면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할 때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하지. 또 사제가 성체와 성혈을 축성한 다음 모든 이가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한단다.

 

조언해: 무릎 절은 언제 어떻게 하나요.

 

라파엘 신부: 무릎 절은 오른쪽 무릎이 땅에 닿도록 꿇는 게 올바른 자세야. 전례에서 이 자세는 하느님께 ‘흠숭’을 드러내는 동작이지. 그러므로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께 -감실 안에 모셔진 성체께도 마찬가지-, 그리고 거룩한 십자가에 무릎 절을 하지. 한국 교회에서는 좀 전에 말했지만 깊은 절로 무릎 절을 대신하고 있지. 그래서 성당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감실 안에 모셔진 성체께 깊은 절을 하고, 또 미사 때 행렬 십자가가 입당할 때 절을 하며, 거룩한 성체가 자기 앞을 지나 거동할 때 깊은 절을 하는 것이지. 미사 중 주례 사제는 성체와 성혈을 거양한 다음, 그리고 영성체하기 전, 이렇게 세 번 무릎 절을 해요.

 

나처음: 동양과 달리 서양 문화에선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것은 ‘복종’을 뜻하는데 어떻게 교회 전례에 이런 동작이 도입됐나요?

 

조언해: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인들이 세례받은 이는 그리스도에 의해 자유인이 되었고, 이제는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는 구원받은 사람에게는 적절치 못한 일이라고 무릎 꿇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저도 들었어요.

 

라파엘 신부: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사람들은 무릎을 꿇는 것은 노예가 하는 행동이라고 여겼지. 자유인의 체통에 맞지 않는 행위라며 거부했어. 아리스토텔레스조차 무릎을 꿇는 것은 야만적인 행동 양식이라고 비난했지. 하지만 그리스도인이 전례 안에서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하는 것은 하느님의 노예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흠숭의 예를 표하는 것이란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그리스도의 겸손과 십자가의 사랑이 세상 권세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기 때문에 바로 그 겸손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라고 강조하셨지. 그리스도의 겸손이 무엇이겠니?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인간이 되신 것이 바로 ‘겸손’이지. 주님의 겸손은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 ‘그리스도 찬가’에서 잘 드러나요.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6-11)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자비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깊은 절을 하는 거야.

 

나처음: 그럼, 무릎 꿇기와 허리를 굽혀 절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고유한 자세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무릎 꿇는 것을 모르는 신앙이나 전례는 그 핵심 자리에 병이 든 것이다. 무릎 꿇기가 없어졌다면 다시 노력해 익혀야 한다. 그래야 기도 안에서 사도와 순교자의 공동체, 우주 공동체와 함께하고 예수 그리스도와의 통합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셨지.(「전례의 정신」 214쪽 참조) 이처럼 무릎을 꿇고 깊은 절을 하는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과 우리 신앙의 다양한 신비에 대해 찬미와 공경을 드리는 표지이며, 하느님 자비와 겸손에 대한 일치와 따름을 드러내는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단다.

 

나처음: 보편 지향 기도 때에 왜 개인의 청을 바치지 못하나요.

 

조언해: 공동체의 기도이기 때문이야. 보편 지향 기도는 말 그대로 신자들의 기도이기에 하느님께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기도를 바쳐야 해. 보통 거룩한 교회와 위정자와 온 세상의 구원, 온갖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지.

 

라파엘 신부: 맞아. 보편 지향 기도는 신자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기도라는 뜻이란다. 보편 지향 기도는 인류 구원을 위해 기도하시고 당신 자신을 구원의 제물로 봉헌하신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삶과 그분의 이웃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더욱 적극적으로 본받고 실천하기 위해 바치는 기도란다. 초대 교회 때부터 세상 구원과 고통받는 이, 국가 지도자, 평화를 위한 기도를 미사 중에 바쳤단다.

 

보편 지향 기도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세례 때 받은 그리스도의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단다. 또 교회가 그리스도의 모범과 가르침에 따라 항상 세상 구원을 위해 기도할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단다. 그리고 미사에 참여한 교우들이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거행자임을 드러내 보여준단다. 그래서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은 모든 예식과 기도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바지해야 하지. 보편 지향 기도가 바로 신자들이 주체가 되어 바치는 기도로서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식이라 할 수 있어.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2월 20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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