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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35: 제대에 예물을 바친다는 것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2 조회수6,371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35) 제대에 예물을 바친다는 것

 

 

성찬 전례의 시작에서 교우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빵과 포도주의 예물을 제대로 가져옵니다. 빵과 포도주의 봉헌은 유다교 전례의 베라카(berakah)라는 축복 예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베라카 축복은 물건에 대한 단순한 전례적 축복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과 그분께서 당신 백성에게 내리신 기적들에 대한 감사와 찬미, 믿음의 표현입니다.

 

초기 교회는 베라카 축복이라는 틀 속에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이라는 알맹이를 채워 넣었습니다. 교회의 전례에서 빵과 포도주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인 기본 요소들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가 노력과 창의력으로 일구어낸 창조의 선물을 축약하여 보여 줍니다. 그러므로 제대에 예물을 바치는 것은 “창조주께서 주신 선물을 그리스도의 손에 맡겨드리는 것”이 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50항).

 

미사의 이 순서에서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예식을 단순히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사이에 있는 일종의 ‘막간’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 소박하고 단순한 행위는 사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준비하라는 강력한 표징이 됩니다. 인간의 손으로 바치는 초라한 예물인 빵과 포도주를 이제 곧 하느님께서 몸소 성자의 영광스러운 몸과 피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성자의 영광스러운 생명이 음식과 음료의 형태로 전해져 우리에게 힘을 주고, 우리를 공동체로 결합시켜 줄 것입니다. 영성체 예식 때 우리는 천상의 양식으로 변한 빵을 받아먹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대에 바치는 빵과 포도주 안에서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이 모든 피조물을 받아들이시어 변화시키시고 하느님께 바치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모든 것이 가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우리도 세상의 모든 고난과 고통을 제대에 바치게 되는 것입니다. 예물 준비에서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게 하시는 하느님의 행위에 우리를 내어드릴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친교의 도구로 변하도록 맡겨드립니다.

 

신자들의 대표가 빵과 포도주를 봉헌할 때 다른 교우들도 종종 헌금이나 자선 예물을 제대 앞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는 성찬례와 이웃 사랑의 계명이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처음부터 신앙의 사회적 영향에 관심을 두었기에, 친교의 삶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고(사도 4,32 참조), 가난한 이들을 도와왔음(로마 15,26 참조)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2세기 중반의 성찬례에 대한 설명에는 고아, 과부, 질병이나 다른 이유로 곤궁한 이들을 위한 헌금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뜻이 있는 부자들은 자신이 정한 대로 내놓습니다. 그렇게 모은 것은 집전자에게 전달되어 고아, 과부, 병이나 다른 이유로 돈이 없는 이, 수감자, 이민, 한마디로 모든 곤궁한 이를 위하여 쓰입니다”(성 유스티노, 「호교론」 제1권).

 

사실 하느님께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게 없는 하느님께는 우리의 예물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통해서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이 작은 봉헌은 우리가 ‘희생하는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줍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봉헌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결합된다는 사실이 그것 자체로는 별 가치가 없는 예물에 아주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줍니다. 예물을 봉헌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삶과(예물로 상징되는) 보잘것없는 우리의 모든 희생을 (사제로 대표되는) 예수님 손에 맡겨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제가 성부께 바쳐 올리는 그리스도의 봉헌에 대한 일치의 표시로 우리가 바친 예물을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재현되는 제대로 가져갑니다.

 

[2021년 1월 31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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