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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신앙의 신비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0 조회수3,392 추천수0

[빛과 소금] 신앙의 신비여!

 

 

예수님의 지상 생애의 마지막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란 말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주님께서 그토록 공들여 양성하신 열두 제자를 비롯하여 주님을 따랐던 많은 이들이 십자가의 길 앞에서 모두 걸려 넘어졌기 때문입니다. 제자들 가운데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고, 유다는 고작 은돈 서른 닢에 주님을 팔아넘겼습니다. 예수님의 구원 여정의 절정을 이루는 십자가의 길에서 주님 곁을 끝까지 지켰던 제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최후의 만찬에서, 겟세마니에서, 그리고 십자가의 길에서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신 제자들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고 버림받으신 고독한 스승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과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에게도 감추어져 있어서 도무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하느님의 뜻을 가리켜 교회는 ‘신비’란 말로 표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미사 전례문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 ‘신비’의 뜻이 궁금하시다면 바오로 사도의 서간인 코린토 전서 1-2장과 에페소서 1-3장을 잘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가운데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대목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에페 1,5.10)

 

사도 바오로에 따르면 ‘신비’란 성부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시작하시고 ‘때가 차’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가리킵니다. 하느님의 이 뜻은 과거의 모든 세대에게는 감추어져 있었고, 또 하느님의 영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그 놀라운 계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구원의 역사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몸소 인간을 만나러 찾아오시는 사랑의 대서사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이 지극하고 애절한 사랑이 ‘때가 차’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활짝 꽃피우기까지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때’는 의미 없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시간이자 구원의 결정적인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를 뜻합니다.

 

전례는 바로 이 구원의 시간을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합니다. 특히 미사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 곧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합니다.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요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과 치욕의 표지였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바라보는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성령의 힘으로 새로워진 눈, 오직 믿음의 눈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 신비입니다. 미사 때마다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고 난 다음에 “신앙의 신비여”라고 말할 때 바로 이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교우들이 다음과 같은 말로 응답할 때 미사에서 기념하는 가장 중심적인 사건, 곧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태 요한 사도 신부(청학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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