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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의미(11월 21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02 조회수3,396 추천수0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의미(11월 21일)

 

 

해마다 11월 21일에 지내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自獻) 기념일’(Feast of the Presentation of the Blessed Virgin Mary)은 성모 마리아의 부모가 예루살렘 성전(聖殿)에서 세 살 된 아기 마리아를 하느님께 봉헌한 사실과 함께, 마리아께서 당신 자신을 스스로 하느님께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고, 모든 그리스도인들 역시 봉헌의 삶으로 초대되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날이다.

 

 

마리아 자헌 기념일의 유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성모 마리아의 봉헌을 기념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새로운 교회’라는 이름의 성모 성당을 세우고 543년 11월 21일 축성하였다고 한다. 이 축일은 7~8세기경 콘스탄티노플에도 전해졌고,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제르마노가 이 축일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하였으며, 9세기경에 이미 남부 이탈리아의 수도원들에서 축일을 지냈다.

 

마리아 자헌의 기념일로는 11세기 비잔틴 가톨릭교회에서 최초로 문서화되었고, 1373년 아비뇽에서는 교황에 의해 축일 전례를 거행했으며, 14세기경에는 영국에서도 축일을 지냈다. 15세기에 들어와 그레고리오 11세 교황에 의해 로마 가톨릭 교회에 소개되었고, 1472년 식스토 4세 교황이 ‘복되신 동정 마리마의 자헌 기념일’로 선포하였다. 16세기 중엽 비오 5세 교황에 의해 전례력에서 제거되었지만, 1585년 식스토 5세 교황이 축일을 전 교회의 축일로 재제정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모가 마리아를 성전에 봉헌했다거나, 마리아께서 자헌하셨다는 사실은 복음서에 언급되지 않았고 2세기의 위경(야고보의 원(原)복음과 위(爲)마태오 복음)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외경인 야고보 원복음서에 의하면, 마리아의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는 늙도록 아이가 없다가 하느님의 특별한 도우심으로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아이가 세 살 되던 해에 하느님께 약속한 대로 아이를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성전에 데리고 갔다. 그런데 한 사제가 성모님이 성전에 도착하자 그녀를 두 팔에 안고 축복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주님이신 하느님이 그의 이름을 온 세대에 영광스럽게 하셨다. 마지막 때에 주님은 당신 안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당신의 구원을 드러내실 것이다.” 말을 마친 사제는 마리아를 제단의 셋째 계단에 앉혔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아킴과 안나, 그리고 사제가 마리아를 봉헌하기도 전에 주님의 은총이 마리아에게 쏟아져 내렸고, 마리아는 두 발로 춤을 추었을 뿐만 아니라, 부모를 뒤돌아보지 않고 스스로 성전으로 들어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 마리아가 열두 살이 될 때까지 성전에서 지내도록 했다고 한다. 오늘날 동방 교회는 이 사건을 기념하며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입당 축일’로 지내고 있다.

 

 

마리아 자헌 기념일의 의미

 

교황 바오로 6세는 ‘사도적 권고’에서 “외경적인 요소는 차치하더라도, 탁월하고 모범적인 가치를 보이고 있는 이 축일은 특히 동방에서 기원하여 유서 깊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마리아 공경, 8항)고 가르치고 있다.

 

마리아 봉헌 기념일이 지닌 ‘탁월하고 모범적인 가치’는 세 살 된 어린 마리아가 종신 동정을 하느님께 약속하셨고 자발적으로 영혼 육신을 바치기로 결정하셨다는 데 있다. 이는 보통 사람들로는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며, 오직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마리아만이 행하실 수 있는 일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마리아는 그의 모친 안나의 태중에 잉태하시는 순간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은 은총을 받았다.

 

성교회의 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원죄의 물듦이 없으신 마리아는 비록 어렸을지라도 그 지혜의 발달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세 살 때 자발적으로 자기를 하느님께 바쳤으며, 날마다 하시는 성전의 일을 당신 지혜로써 판단하여 사람들이 놀랄 만한 처리를 하셨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구원을 위해 외아들 예수님을 인간으로 파견하시고자 마리아를 원죄 없는 지극히 순결한 어머니로 사전에 준비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마리아를 그 어린 나이에도 성령으로 이끄시어 자헌하게 하시고 성전에서 봉헌생활을 하게 하시어 평생의 봉헌생활을 준비하게 하셨다는 것은 신비롭고 놀라우면서도 마땅하고 합당한 하느님의 섭리이심을 믿어야 하겠다.

 

어린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실 때 가득했던 그 성령의 감도로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께 자헌하셨고, 어렸을 때부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내려놓지 않으셨다.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아들의 죽음을 직접 당신 품으로 안으셔야 할 때까지 믿음을 내려놓고 의심하고 부정할 수도 있는 수많은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흔들리지 않으셨다. 그처럼 우리도 성전에 들어갈 때마다, 미사를 드릴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이 봉헌하여 성모 마리아처럼 보다 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결심을 드리고 그 실천의 힘을 간절히 청해야 하겠다.

 

한편 어린 마리아의 유년시절을 그토록 거룩하게 바친 자헌의 삶에는 그 부모이신 요아킴과 안나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거푸집대로 종이 탄생 되듯 각 가정에서는 부모가 딱 그 거푸집의 역할을 한다. 부모의 크기와 모양이 자녀의 성장을 좌우한다.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안다고 했다. 요아킴과 안나는 부모로서 아기 마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고, 아기 마리아를 자신들의 소유로 보기보다 하느님의 딸로 굳게 믿고 하느님께 마땅히 바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딸을 봉헌하고 교육시켰을 것이다.

 

그렇게 마리아는 부모의 교육에 따라 아이 때부터, 이성으로는 미래를 인지하지는 못했겠으나,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고 구세주의 뒤를 충실히 따를 준비를 철저히 하였던 것이다. 성모 마리아께서도 예수님의 유년기에 그렇게 참 어머니의 보살핌과 교육을 어린 예수님께 안겨주셨다. 우리도 자녀들을 자신의 소유로 보지 말고 하느님으로부터 온 하느님의 아들이요 딸임을 깊이 인식하고 현세적으로 기르기보다 먼저 영적으로 하느님께 봉헌하여 하느님의 뜻대로 성장하고 살아가도록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께 전구로 드리는) 자헌 기도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저의 육신과 오관, 정신과 능력을 봉헌하며

제 생애의 온갖 기쁨과 고통을 맡겨드립니다.

제가 언제나 이 봉헌에 충실하도록 전구하여 주소서.

남은 생애를 아드님과 어머님을 섬김에 불태우고

하늘에서 영원히 아드님과 어머님을 찬미하기에

합당한 자 되게 하소서.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1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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