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전례 안에서 성모님의 구원적 역할의 ‘현재성’(현재 여기에서)을 새기자! 2021년 1월호 도입문에서 언급했듯이,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의탁은 묵주기도를 포함한 개인이나 공적인 신심 행위 안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무엇보다도 교회의 공적 기도인 전례 안에서 이루어진다. 성모 마리아는 특히 전례, 즉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거행하고 현재화하는 전례 거행 안에서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특별한 사랑으로 공경받으시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서 전구하시는 분으로 현존하신다. 우리는 지금까지 1년 주기의 전례 주년 안에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과 어떤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지, 구세사 안에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보았다. 특별히 매달 가톨릭(로마)의 보편 전례력(General Calendar) 안에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념제를 하나씩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기념제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기념하는 일 년의 주기 안에 매우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보았다. 분명하고 중요한 사실은, 성모 마리아는 단독으로 공경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 아드님의 구원 활동과 풀릴 수 없는 유대로 결합되어”(전례헌장 103항) 공경받으시는 것이다. 즉 당신 아드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공경을 받으시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공경받으시는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 구원을 위하여 성모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우리의 보호가 되게 하셨다. 말하자면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뜻대로 성모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모시고 공경해야 하며, 그것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탁월한 배려요 사랑이며, 우리의 희망이요 한없이 감사드려야 할 은총이다. 우리는 전례 주년에 따라 성모님을 거듭 새롭게 만나고, 그 사랑의 모성에 안겨 예수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예수님의 목숨 바친 사랑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성모님 망토의 보호 아래서 우리는 사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성모님의 전구에 의탁하여 구원에 필요한 은총은 물론 우리의 일상 삶에 필요한 은총도 받게 되는 모성적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신심 활동을 통해 성모님을 만나고 공경하는 것도 물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례 주년에 따라, 전례 안에서 성모님에 대한 만남과 공경은 가장 탁월하고, 성모님도 그것을 가장 중요히 바라신다. 전례 주년에 따라 성모님을 만나고 그 모성에 안겨 예수님께 다가가 지금까지 살펴본 전례 주년 안에 성모님 공경의 기념제들에 대해 요약 정리해 본다. 대림시기에 기념하는 12월 8일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에 마리아를 본받아 곧 오실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깨어 기도하고 기쁜 노래로 찬미’한다. 성탄시기에는 동정의 순결한 몸으로 구세주를 이 세상에 낳으신 마리아의 신적이고 구원적이며 순결하신 모성을 계속하여 기념하는데,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는 성탄 하신 구세주를 경배하면서 아울러 그분의 영광스러운 어머니를 공경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전 세계가 구원으로 초대되었음을 기념하는 동시에, 동방박사들에게 만백성의 구원자를 경배하도록 하신(마태 2,11 참조) 복되신 동정녀께서 참된 지혜의 좌요, 왕의 어머니이심을 관상한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성탄 팔일 축제 내 주일)에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와 의인 요셉께서 나자렛의 가정에서 사신 거룩한 삶(마태 1,19 참조)을 묵상하면서 깊은 존경을 드린다. 3월 25일의 축일은 강생하신 구세주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녀를 함께 기념하는 날로서, “마리아의 아들”(마르 6,3)이 되신 말씀과 천주의 모친이 되신 동정녀를 함께 기리는 축일이다. 마리아의 영화로우신 승천을 기념하는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는 마리아의 완전하심과 복되심, 동정의 몸과 흠 없는 영혼이 누리시는 영광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음을 기념하면서, 교회와 전 인류에게 그 바라던 종국적인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주는 이미지와 위로의 증거를 나타내는 기쁨의 축일이다. ‘성모 승천 대축일’의 기쁨은 7일 후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성 마리아 기념일’(레지나)에서 계속된다. 이 기념일에는 영원하신 왕 곁에 좌정하신 엄위로운 여왕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의 전구도 계속하심을 기념한다. 또한 “온 세상의 희망이요 구원의 서광”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성탄을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9월 8일), 성자를 잉태하시고 엘리사벳을 찾아가 친절히 봉사하시면서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자비를 선언하신 마리아를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5월 31일), 구세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마음에 되새기고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당신 성자 곁에서 함께 수난하시는(요한 19,25-27 참조)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한 ‘통고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 등이 역시 구세사 안에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된 성모 마리아의 탁월한 역할이 강조되어 거행된다. 그 외, 10월 7일 ‘로사리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11월 2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도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례 주년 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별도로 다루지는 않았는데, 교회는 토요일 성모 신심미사를 통해서도 복되신 동정녀를 자주 기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특별히 첫 토요일). 성모님의 마음으로 전례에 충실히 참여해야 전례가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행사적 기념이 아니라 ‘현재 여기에서 벌어지는 구원신비’(ANAMNESIS)이듯이, 전례 안에 성모님에 대한 공경도 과거 성모 마리아의 역할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 여기에서’ 하느님의 어머니요 우리의 어머니로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활동에 탁월하게 참여하시고 우리를 보호하시고 예수님께로 우리를 이끌어 가고 계신다. 전례 안에서 성모 마리아를 만나지 못하고, 진정한 공경을 드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례를 잘 못 드리는 것이며, 대단히 중요한 은총을 놓치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와 함께 성모님의 마음으로 전례에 충실히 참여하자. 성모 마리아가 전례 안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는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월간 레지오 마리애’를 통해 전례 안에 마리아 공경을 이렇게 간단하나마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다소나마 레지오 단원들에게 무엇보다도 전례를 통해 성모님을 더 깊이 만나고 공경 드릴 수 있도록 작은 가이드가 되었기를 바라며, 오히려 동행에 감사를 드린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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