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미사의 영성 (20) 미사의 영성 : 과거가 의미하는 것(독서)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든지, 또는 억울한 오해를 받아 계속 그 일로 속상함을 느낀다든지…. 이렇게 지난 삶 속에는 우리가 잊고 싶은 과거의 모습이 하나쯤은 남겨져 있습니다. 그런 과거는 때때로 내 삶에 멍에로 다가와 나의 오늘을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 ‘그때는 왜 이런 말을 하지 못했을까…. ’ 그렇게 지난 시간의 아픔과 상처는 오늘의 내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의 오늘을 나답게 살아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잊고 싶은 과거가 항상 내 삶의 짐이 되기만 하는 걸까요? 만약 상처 입은 과거가 나의 오늘을 지배하면, 그때 그 과거는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통해 오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통해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 과거는 나의 오늘을 더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미사 독서 때 듣게 되는 성경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씀들은 단지 이스라엘 백성들의 과거 이야기를 전해 주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지난 시간 속에 주어졌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전해지고 있음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오늘을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절망 속에서 우리의 절망을 보고, 그들의 눈물 속에서 우리의 눈물을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절망과 눈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통한 희망과 사랑 또한 봅니다. 신앙인이 과거 안에서 바라봐야 할 것은 단지 지난 시간 속에 상처받았던 아픔의 순간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통해 아픔 속에서도 용서를 발견하며, 눈물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야 합니다. 이 세상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참된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 속 과거의 이야기가 우리의 오늘에 주는 선물입니다. 그래서 미사 독서를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 말씀은 과거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항상 현재라는 시간과 공존을 통해 신앙인들에게 구원의 신비를 열어 보여 줍니다. 이 말씀은 현존하는 하느님의 직접적인 말씀이기도 하며, 하느님 구원 업적의 기념과 선포인 동시에, 또한 우리의 오늘 안에서 믿음과 희망을 낳고 기르는 말씀이 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신앙의 힘을 얻습니다. 그러하기에 과거에 그냥 머물러 있을지, 아니면 그 과거를 통해 새로운 오늘을 살아갈지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말씀은 늘 우리와 함께 있지만, 그 말씀이 내 삶에 열매 맺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진정 그 말씀이 나의 오늘 속에 반짝이며 빛날 수 있다면, “주님의 말씀입니다.” 라는 초대 속에 우리는 비로소 진실한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3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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