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전례’] 전례는 누가 거행하는가? 전례의 거행 주체 빛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흰색 하나인 듯 하지만 프리즘을 투과하면 다양한 색들이 드러나듯이 전례를 거행하는 교회공동체는 하나인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을 본받아 여럿이지만 하나이고 또한 하나이지만 여럿인 교회공동체이지요. 당신을 믿는 이들과 함께 하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라며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늘 함께 있겠다고 예수님은 약속했습니다. 이를 기억하는 교회는 모든 전례의 참된 주례자는 그리스도라고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전례는 온전한 그리스도(Christus totus)의 ‘행위’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36항). 예수 그리스도는 최후의 만찬에서 주례하셨듯이 지금도 교회에서 모든 전례에서 주례하고 계시며 미래의 천상 전례에서도 주례하십니다. 교회의 전례 중에 봉독되는 요한 사도의 묵시록은 “살해된 것처럼 보이는 어린양”(묵시 5,6)이라는 표상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히브리서는 “우리에게는 하늘 위에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히브 4,14)라며 예수님은 참된 희생제물이면서 동시에 참된 대사제라고 성경은 알려줍니다. 성사 전례의 교역자, 직무 사제직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인 교회는 주님 안에서 모든 신자가 거룩하고 왕다운 사제직을 수행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적 제물을 봉헌하고, 자신을 어두움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불러 주신 그분의 힘을 널리 알립니다(1베드 2,5.9 참조). 그런데, 주님께서는 신자들이 한 몸으로 결합되도록 신자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들을 교역자로 세우셨고 이들이 수행하는 사제직을 ‘직무사제직’(교회 헌장, 10항 참조)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에서 공동체를 위한 교회 직무를 수행하는 봉사자들을 주교, 신부, 부제라고 불립니다. “성부께서 축성하시어 세상에 보내신 그리스도께서는(요한 10,36 참조) 당신 사도들을 통하여 그 후계자들, 곧 주교들을 당신의 축성과 사명에 참여하게 하셨다. 주교들은 자기 봉사직의 임무를 여러 단계로 교회 안의 여러 아랫사람들에게 합법적으로 전수해 주었다”(주교, 사제, 부제 서품 예식, 총지침, 2항). 교구장 주교는 자기에게 맡겨진 개별 교회에서 하느님 신비의 으뜸 분배자요 모든 전례 생활의 지도자이며 촉진자요 수호자입니다(로마미사전례 총지침, 22항 참조). 성사에서 주교만이 거행할 수 있는 것은 성품성사와 견진성사입니다. 신부는 주교의 협조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를 위해 세례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 혼인성사, 병자성사를 주례합니다. 봉사직무를 위해 주교로부터 안수를 받은 부제는 전례에서 세례와 혼인을 주례하고 성체를 보존하고 분배하며, 복음을 선포하고 준성사를 집전하고 장례식을 주재합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위대한 공헌을 드러내는 ‘보편 사제직’이라는 용어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의 특성을 잘 설명해줍니다. “대 사제 주 그리스도께서는(히브 5,1-5 참조) 새 백성이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들이 되게 하셨다’(묵시 1,6; 5,9-10 참조)”(교회 헌장, 10항).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신자들은 직무 사제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각기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제직에 참여하기 위해서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씁니다. 또한 견진성사로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하는 사명을 부여받습니다(교회 헌장, 11항 참조). 미사에서의 신자들의 특별한 봉사 미사를 위해 모인 모든 신자는 전례 행위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함께 하느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노래하며, 특히 공동으로 제물을 바치고 주님의 식탁에 참여하여 한 몸을 이룹니다. 이러한 일치는 신자들이 공동으로 하는 동작과 자세에서 잘 드러납니다(로마미사경본총지침, 96항 참조). 미사 거행 때 특별한 봉사나 임무를 수행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봉사인지 하나씩 알아보지요. 일반적으로 복사라고 하는 시종은 제대에서 봉사하고 사제와 부제를 돕는 직무를 받습니다. 주요 임무는 제대와 거룩한 그릇을 준비합니다. 공식적으로 시종직을 받은 봉사자는 필요하다면 비정규 성체 분배자로서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누어 주는 일도 합니다. 독서자는 복음을 제외한 성경을 봉독합니다. 또한 보편 지향 기도에서 지향을 알리고, 독서 사이의 화답송과 알렐루야를 할 수 있습니다. 성가대는 자신에게 맡겨진 고유한 부분을 여러 가지 노래 형태에 따라 부르며, 더 나아가 신자들이 노래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의실 담당자는 미사 거행에 필요한 전례서, 전례복, 다른 필요한 것들을 성실히 준비해줍니다. 해설자는 필요에 따라 짧게 해설과 권고를 하여 신자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 주며, 거행의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해설은 미리 신중하게 준비되어야 하고 간단명료해야 하며, 신자들에게 잘 보이는 알맞은 자리에 위치하지만, 독서대에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전례에 참여하러 오는 신자들을 환영하고 안내하는 봉사자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자들을 ‘전례 봉사자’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깊은 신앙으로 전례에 참여하는 형제들을 사랑하며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아서 서로 일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본당공동체에서 보면 지나친 개인의 생각이나 판단을 중시하여 공동체의 선익을 해치는 개인주의적 태도나 몇몇이 그룹을 형성하여 공동체의 일치를 방해하는 분파주의의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태도와 분파주의적 성향은 교회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비천한 여종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협조하신 동정녀 마리아의 겸손한 태도를 본받아 다른 교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성령 안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레지오 단원들은 전례에서도 능동적 참여의 모범이라 생각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7월호, 윤종식 디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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