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돋보기] 로마의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우리 신자 분들은 본명 축일을 맞으신 분이 있으면 축일 인사를 건네는데, 1년 중 가장 많은 축일 축하가 전해지는 날이 이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바로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그만큼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가 초기 교회에 큰 업적을 남기셨고 따라서 이 두 분을 수호성인으로 택한 분들이 많으시지요. 하지만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출신도, 살아온 과정도 무척 달랐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두 분을 한날에 함께 기념할까요? 복음서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던 베드로 사도는 겁도 많고 의심도 많고, 예수님을 배신하기도 한 어쩌면 평범한 우리들 같은 친근한 제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는 놀라운 대답을 드리면서 예수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과 함께 교회의 반석으로 불림 받았으며, 하늘 나라의 열쇠도 받게 됩니다. 베드로 사도의 상징이 열쇠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후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는 으뜸 제자답게 놀라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순절에 성령을 받고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사도 2,32)이라고 담대히 설교했고, 그 결과 그 자리에서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 세례를 받은 사람이 삼천 명이나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에도 마치 예수님의 활동을 보는 듯 베드로는 중풍 병자를 고치고, 죽은 이를 살려 내기도 하며 초대 교회의 반석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습니다. 베드로는 말년을 로마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 베드로 1서를 저술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해가 심해진 로마를 떠나는 길에 만난 예수님이 당신은 베드로가 버린 로마로 가는 길이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다시 용기를 내서 로마로 돌아가서 담대히 순교했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베드로가 사형 당하고 묻힌 자리에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졌습니다. 반면 바오로 사도는 열두 제자가 아니었고, 예수님을 직접 뵌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를 이방인의 사도로 세우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현재 터키 지방 타르수스 출신이었지만 예루살렘에서 자랐고, 엄격한 율법에 따라 교육 받았습니다. 더구나 로마 시민권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 소아시아, 로마 제국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의 문화와 전통에 익숙했던 바오로 사도만큼 그리스도교를 세계 종교로 확장시키는 역할에 적임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바오로가 자신이 세운 공동체에 전한 편지들 안에는 예수님을 향한 믿음과 복음 전파를 향한 열정,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을 신약 성경으로 읽는 이유이지요. 이러한 팔방미인과 같은 바오로 사도의 마지막 선교지는 로마였습니다. 사실 바오로는 세 차례 전도 여행을 마치고 쓴 로마서에서 자신은 로마를 거쳐 에스파냐 선교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로마 15,23-24) 예수님은 그를 제국의 중심, 로마로 보내셨습니다. 그가 예루살렘에서 유다인들에게 고발 당했을 때 바리사이들에게는 바리사이의 전통으로 결백을 주장하고, 로마 총독에게는 당당히 로마 시민권자로서 황제에게 상소할 권한을 요구하는 흥미진진한 장면(사도 22장 이하)은 마치 예수님이 이미 바오로 사도를 로마로 보낼 계획을 다 가지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결국 바오로는 죄인으로 로마로 압송되었지만 큰 죄가 없었기에 셋집에서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이며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습니다.(사도 28,30-31) 그러다가 64년경 네로 황제의 박해 때 로마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로마 남쪽 성밖에 바오로 사도의 참수터로 알려진 ‘세 샘(tre fontane) 성당’이 있는데 참수된 사도의 목이 세 번 튀었고 그곳마다 샘이 생겨났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바오로 사도의 무덤이 있고, 그 위에 바오로 대성당이 건설되었습니다. 이처럼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를 연결하는 끈은 바로 로마입니다. 두 분은 로마에서 마지막 활동을 하셨고, 로마에서 순교하시고 묻히셨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로마 교회는 두 분 사도를 같은 날에 함께 대축일로 공경하는 것입니다. 또한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에도 베드로 사도상과 바오로 사도상이 함께 있고, 성 바오로 대성당 제단의 양편에서도 베드로 사도상과 바오로 사도상이 함께 신자들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로마 사람들은 6월 29일에 화려한 불꽃놀이로 두 사도의 축제를 기뻐합니다. 교회의 두 기둥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 교회에 필요한 분들을 주시고, 그들을 통해 당신의 사업을 해 나가심을 봅니다. 두 분 사도의 대축일을 축하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렇지만 하나의 믿음과 열정으로 나아가는 그런 신앙 공동체가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월간 빛, 2024년 6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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