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1주간 수요일(마태23,27-32) 회칠한 무덤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꾸중을 하였습니다.‘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입니다. ‘겉은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그 ‘회칠한 무덤’이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부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거룩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고 성덕이 출중한 것도 아닙니다. 그에 상응하는 마음가짐과 정성을 담지 않으면 거룩한 것을 더 많이 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경한 잘못을 범하고 맙니다. 알면 아는 만큼 더 잘 살아야 하는데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사실 신부이기 때문에 더 많은 위선을 떨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화가 필요합니다.
신자들에게는 기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최소한의 의무인‘성무일도’조차 거르고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성체조배는 물론 묵주기도를 하는 것은 기본이거늘 일반 신자보다 더 많이 기도한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인간적인 욕망에 대해서도 절제 있는 기쁨을 누리지 못할 때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닌 척 하고 목을 빳빳이 세우고 다닙니다. 이런 모습에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하면서도 몸은 여전히 육정을 따르고 맙니다.‘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내 눈 안에 들보를 지닌 채 남의 눈의 티를 빼주겠다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 백성은 말로만 나와 가까운 체하고 입술로만 나를 높이는 체하며 그 마음은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이사29,13). 하였고, 주님께서도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하신 말씀이 새롭습니다. 아무리 겉이 화려하더라도 소중한 것은 알맹이입니다. 부정함을 피해가라고 무덤에 회칠을 하였으니 ‘회칠한 무덤’은 더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회칠한 무덤이라고 선언하십니다. 남을 부정하고 더럽다고 비난하지 말고 자신의 속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받는 죄인입니다. 정화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것을 인정하면 자비를 청하게 되고, 인정하지 못하면 내 안의 부정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쉽게 비난합니다.‘회칠한 무덤’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입다. 자비를 청하는 가운데 주님 안에서 기뻐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위선을 내려놓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구원을 허락하소서. 아멘.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