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12) 순교자 성월에 대해서 - 순교자 성월의 의미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다”(교부 테르툴리아누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9월이 되면 “순교자 성월”로 기념하며,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다른 성월의 경우에는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가 공통으로 지내지만, 순교자 성월은 우리나라에서만 기념하는 한국 교회의 고유 성월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 한국 교회의 고유한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중요한 전례력입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다른 가톨릭교회와는 달리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믿음의 꽃을 피웠습니다. 물론 그 과정 안에서 피로써 신앙을 지켜야 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어야만 했습니다. 당시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세상의 눈에는 순교 성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면, 이 땅 어디에서도 신앙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상의 이치에 불과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세상의 이치를 뛰어넘어 복음의 진리를 통한 열매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말 기준 한국 천주교회는 16개 교구, 신자 수는 약 597만 명으로 집계되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이 수치를 절대값으로 환산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지금 우리 한국 교회의 뿌리에는 고통과 핍박 속에서도 지켜온 그 신앙의 씨앗이 열매 맺었다는 것을 우리는 묵상할 수 있습니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미사를 거행하시며 한국 천주교회가 지닌 신앙의 씨앗과 열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순교자들의) 이러한 승리를 경축합니다. 이는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들의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기를 촉구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순교자 성월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한국 교회의 첫 시작을 기억하는 것. 비록 당시 세상의 가치관과 반대되는 복음 말씀,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였고, 세상의 숱한 핍박과 억눌림 속에서도 굴하지 않으셨던 거룩한 행보를 기억하는 것. 이러한 기억은 지금의 우리에게 구체적인 신앙의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거룩했던 발걸음을 기억하며 우리가 머문 이 세상과 교회 안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현재는 수많은 유혹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랑의 가치보다는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직도 국가 간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내는, 반복음적인 부분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순교자 성월이 하나의 성월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삶을 행하도록 노력하는 2024년 9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4년 9월 1일(나해) 연중 제22주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사목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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