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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선택과 집중, 그리고 본질에 대한 충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03 조회수4,097 추천수4 반대(0) 신고

일선 본당이나 사도직의 책임자로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일 중에 하나가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우나 고우나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들을 최고급 VIP 고객으로 여기며, 꾸준히 그들 가운에 현존하려는 노력이 사목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본연의 임무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요? 여기 저기 오라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책임자로 살다보니 기본적으로 눈도장 찍어야 할 곳도 상당합니다. 여기 저기 가고 싶은 곳도 많이 생깁니다. 그러다보면 자꾸 자리를 비우게 되고, 거기 맛을 들이다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책임감 없는 사목자로 전락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면에서 성 요한 마리 비안네 신부님(1786~1859)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모릅니다. 그는 첫 주임사제로 발령받은 아르스를 단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죽기 직전까지 사목한 특별한 사제였습니다.

 

당시 그곳은 신자들이라 해봐야 농사짓는 시골사람들 230여명밖에 안 되는 공소 같은 본당이었습니다. 더구나 본당 신자들의 신앙심은 밑바닥이어서 동료 신부들이 다들 부임하기 꺼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 부임해가면서 2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영혼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두렵고 감지덕지해서 몸까지 떨었다고 합니다.

 

비안네 신부님의 영성생활 안에서 제 눈을 확 잡아끄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본질에 대한 충실입니다. 그는 사목자로서 비본질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는 오직 영적인 것, 하느님, 신자들의 영성생활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세상 것들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나 럭셔리한 가재도구, 메이커 옷, 취미활동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사제관은 거의 ‘유령의 집’과도 비슷했습니다. 그 대신 그는 하루 온종일 신자들 영성생활의 쇄신만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심성의껏 고해성사에 전념하셨습니다. 매일 봉헌하는 미사는 마치도 생애 마지막 미사를 드리듯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 지상에 단 한명의 죄인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영웅적 사도직을 수행했습니다.

 

만학도로 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 기적적으로 사제로 서품됩니다. 그러나 서품 즉시 시작된 가난하고 착한 목자로서의 삶은 이제 역사에 길이 남을 별이 되었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의 청빈한 생활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단 한 벌 밖에 없는 수단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습니다. 워낙 전반적으로 너덜거렸기에 수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신자들이 사람들 보기에 민망하니 수단 하나 새로 해 입으라고 돈을 마련해드렸습니다.

 

꼭 새로 해 입겠노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그 옷 그대로였습니다. 화가 난 신자들이 다그쳤더니, 그 돈은 이미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준 후였습니다. 구두는 한 번도 약칠을 하거나 솔을 댄 적이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신었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이 왜 그렇게 하고 다니셨을까? 묵상해봅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어떤 날 하루 24시간 가운데 18시간을 고해소 안에서 보내셨다고 합니다. 사제로서 고해소에만 앉아있을 수 있겠습니까?

 

남은 6시간 가지고 미사도 봉헌해야 했습니다. 강론준비도 해야 했습니다. 잠도 자야했습니다. 외모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쓰지 않은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사목에 전념하느라, 영혼구령에 시간을 바치느라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아침식사는 언제나 우유 한잔이면 족했다고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할 시간이 없으셨던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하루 한 끼로 때우셨답니다. 식사 시간은 길어봐야 5분 내외였답니다.

 

비안네 신부님 성덕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특별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충실, 그것이 그분 성화의 비결이었습니다.

 

본당 사제로서 가장 중요한 성체성사를 지극정성으로 준비하고 경건하게 봉헌하는 것, 그리고 성체성사에 앞서 꼭 필요한 또 다른 성사 고해성사를 통해 신자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 그것을 충실히 행함으로 인해 성인이 되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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