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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나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메시아의 모습!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9 조회수64 추천수2 반대(0) 신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향해서는 더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예수님이셨지만, 유다 지도층 인사들을 향한 그분의 시선과 질타는 얼마나 날카로운 것인지 모릅니다. 헤로데를 포함한 대사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그분은 존재 자체로 스트레스의 근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구세자의 전면에 부상하신 예수님께서는 공개석상에서 그들이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안식일 규정을 비롯한 율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신성모독죄, 성전모독죄를 반복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바리사이들은 마침내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습니다.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고 올가미를 씌워 예수님을 처단하기로.

이 얼마나 큰 배은망덕이요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까? 자신들을 구원하고 영원한 생명을 선물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메시아 예수님께, 백번 천번 감사 인사를 드려도 부족할 터인데, 그분을 없애버리려고 작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예수님 같았으면, 노발대발했을 것입니다. 중상모략하며 활개를 치는 악인들을 한데 모아 불벼락을 내려 단번에 싹 쓸어버렸을 것입니다. 사실 그분은 말씀 한 마디로 그렇게 하실 능력을 소유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악행과 권모술수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계략을 아시고 그곳에서 물러가셨습니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의 처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습니다. 왜 물러나시지? 왜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시는가? 반대 세력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포기하시는 건가?

이 부분에 대해 마태오 복음 사가는 이사야 예언서 몇 구절을 나열하며 메시아의 운명과 그분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소개합니다.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내 영을 주리니, 그는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리라. 그는 다투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으리니, 거리에서 아무도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인류 구원을 위해 강림하신 메시아의 모습치고는 꽤 나약하고 초라해 보이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 안에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폭군들의 말로를 보면, 예수님께서 취한 비폭력 노선이 정답인 듯합니다.

예수님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세상의 왕과는 180도 다른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스럽고 착한 종으로서의 행보를 지속했습니다. 그분은 결코 볼썽 사납게 다투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소명은 조심스럽고 자비로운 손길로 버림받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시켜 주며, 낙담한 자들에게 용기를 건네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죄인들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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