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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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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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19 | 조회수64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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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토요일] 마태 12,14-21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오늘 복음은 눈엣가시 같은 예수님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바리사이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드러나는 심오한 지혜와 그분께서 하느님의 뜻으로 발휘하시는 놀라운 능력에 압도당한 그들은, 자기들 능력으로는 그분을 당해낼 수 없음을 깨닫고 다른 방법으로 그분을 없애려고 모의하지요. 어떻게든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문제 삼아 트집도 잡아보고 모함도 해 보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자기들 마음 속에 숨은 시커먼 욕망이, 자기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듯 해왔던 일들이 지닌 여러 문제점과 부정들이 명백하게 드러나버려 종교 지도자로써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태가 계속 되다가는 자기들이 쌓아올린 명예와 위상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율법을 도구 삼아 누리던 기득권까지 위태로워질 게 뻔했기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시기와 질투, 미움과 배척, 모함과 박해에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 뜻을 따른다는 올바름과 세상에 복음을 전한다는 명분으로 따지면 어느 것 하나 거칠 것이 없었지만, 그들이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신 겁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당신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당신 안에 품어 안으시는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시기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은 물론이고, 당신을 향한 기대와 바람까지도 적극적으로 품어 안으셨지요. 그래서 시비를 가리겠다고 다투거나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큰 소리를 내지 않으시고,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쳐 기가 꺾여 있는 이들을 자비로운 손길로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해주시고, 슬픔과 절망 속에 낙담한 이들의 마음 속에 참된 믿음과 희망의 불꽃을 다시 일으켜 주셨습니다. 하느님 뜻에 맞는 좋은 일들을 하시면서도 당신의 공적을 내세우지 않으시고, 언제나 아버지의 뜻에 철저히 순명하며 묵묵히 맡은 바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서 마태오 복음사가는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이사야 예언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충실한 종의 모습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그 중 가장 마지막 구절이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줍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 뜻하시는 정의와 공정이 완전히 실현될 때까지, 즉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여 심판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욕심과 집착에 휘둘려 개차반처럼 사는 사람이라도 구원받을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지가 고통과 시련이라는 거센 바람에 꺾여 부러졌다고 해도,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믿고 바라는 희망의 등불이 슬픔과 절망의 함지로 덮여 사그러들었다고 해도, 주님은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구원하시기 위해 애쓰신다니 너무나 감사하고 가슴 벅찬 일이지요. 그러니 지금 쓰러져있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서 신앙의 길을 걸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그 길을 끝까지 함께 걸으시며 힘을 주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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