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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11-01 조회수137 추천수8 반대(0)

중남부 사제 모임에서 이제 곧 은퇴를 앞둔 신부님이 강론하였습니다. 한 본당에서 27년 동안 사목하였습니다. 중남부 사제 모임의 산 증인입니다. 신부님은 강론 중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이 바꿀 수 없는 것이 4가지 있습니다. 목소리, 얼굴, 성격, 운명입니다. 목소리는 바꿀 수 없지만 목소리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 상냥한 목소리, 따뜻한 목소리는 이웃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얼굴은 바꿀 수 없지만 표정은 바꿀 수 있습니다. 웃는 얼굴, 밝은 얼굴, 온화한 얼굴은 이웃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성격은 바꿀 수 없지만 성품은 바꿀 수 있습니다.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이웃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성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양지심의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겸손함으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는 성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수오지심의 마음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성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비지심의 마음으로 선과 악을 식별하는 성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명을 대하는 마음은 바꿀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거친 파도에서도 배를 항구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폭풍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폭풍우 속에서도 춤출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죽음의 강을 건넌 분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어떤 이는 죽음을 허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죽음을 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죽음을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죽음이기에 살아 있을 때 먹고 즐기자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죽음이기에 타인의 죽음까지도 함부로 여기기도 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지우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닮은 소중한 목숨을 함부로 끊어 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신앙인들이 지녀야 할 죽음의 인식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입당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듯이,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죽은 이들을 예수님과 함께 데려가시리라. 아담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죽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살아나리라.”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었지만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우리를 다시 살려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그분께서는 마침내 먼지 위에서 일어서시리라.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거룩한 삶을 살았던 욥은, 충실한 삶을 살았던 욥은 사탄의 시험을 받아 모진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재산과 명예 그리고 소중한 가족을 잃어야 했습니다. 몸은 종기와 부스럼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욥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언제가 하느님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박해와 죽음을 견디며 순교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을 다시 보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서산대사는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이라는 시를 남겨주었습니다. “눈 덮인 길을 걸어갈 때면 발걸음을 신중히 하여라. 오늘 내가 가는 길은 뒷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지내면서 세상을 떠난 모든 분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어떤 분들은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부활의 십자가를 지고서 살았을 것입니다. 욕망의 바벨탑에 묻혀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한 영혼들의 전구를 구하며 우리들 또한 부활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위령의 달입니다. 지나온 나의 발걸음이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려는 것이었다면 내려와서 부활의 십자가를 지고 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나온 나의 발걸음이 뒷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지내면서 위령 감사송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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