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대림 제1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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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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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1-30 | 조회수127 | 추천수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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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동창 신부님들과 바다낚시를 했습니다. 선장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10월 비가 많이 왔고, 파도가 거칠었는데 신부님들이 오셔서 그런지 오늘은 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합니다.” 선장님 말처럼 날이 좋았고, 파도가 잔잔했습니다. 배에는 ‘어군 탐지기’가 있어서 물고기들이 있는 곳으로 배를 몰았습니다. 선장님은 물고기를 잡는 요령을 알려주었지만, 초보자인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동창 신부님이 순발력이 있어서 우리는 6마리나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자미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옆구리에 바늘이 걸린 것이니 운이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손의 감각이 중요했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줄을 끌어올리는 감각이 중요했습니다. 물고기를 잡았어도 끌어올리는 데 소홀하면 물고기는 미끼를 뱉어 버린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첫 제자들은 어부였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더 깊은 곳으로 가라’라는 말씀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져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가라.”고 하셨을 때, 제자들은 이미 밤새도록 그물을 내렸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피곤함이, 마음에는 허무가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이 고백이 바로 믿음의 시작입니다. ‘깊은 곳’은 단순한 물리적 깊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영혼의 깊이, 하느님과의 관계의 깊이입니다. 얕은 곳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듯, 얕은 신앙에서는 참된 열매가 맺히지 않습니다. 믿음은 계산이 아니라 순명이고, 확실함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인간의 한계 끝에서 말씀 하나에 의지하여 다시 그물을 내리는 것이 바로 신앙의 용기입니다. 신앙의 여정은 우리를 자주 깊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내면의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소음과 욕망이 사라진 고요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만나고, 하느님을 만납니다. 깊은 곳으로 나아가라는 예수님의 초대는 우리 안의 두려움과 상처, 그리고 한계를 마주하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은 그 깊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은 다시 옛 직업으로 돌아가 밤새도록 고기를 잡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져라.” 그리고 놀랍게도 그물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오른쪽’은 성경에서 하느님의 능력과 구원, 선택과 영광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단순히 방향을 바꾸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삶의 시선을 바꾸라고 하신 것입니다. 실패의 왼편에서 희망의 오른편으로, 절망의 시선에서 부활의 시선으로, 인간의 계산에서 하느님의 섭리로 시선을 옮기라는 말씀입니다. ‘깊은 곳’은 인간의 내면을 향한 탐구를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삶은 늘 표면에 머물 뿐입니다. 또한 ‘오른쪽으로 던지라’는 말은 삶의 방향을 회복하라는 초대입니다. 올바름, 정의, 사랑의 방향으로 우리의 그물을 던질 때 비로소 삶의 그물은 찢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이 두 말씀은 ‘깊이를 향한 신앙의 여정’과 ‘방향을 향한 인간의 회심’을 동시에 가리킵니다. 깊은 곳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오른쪽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깊이는 믿음의 근원이고, 오른쪽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로마의 백인대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종이 아팠을 때입니다. 백인대장은 예수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백인대장의 청을 들어주시기로 했습니다. 종을 사랑하는 백인대장의 마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백인대장은 종을 치유하기 위해서 오시는 예수님께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상관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의 믿음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어부가 아니었지만, 백인대장은 이미 깊은 곳으로 가고 있었고, 오른편으로 그물을 던질 줄 알았습니다. 백인대장의 굳센 믿음이 깊은 곳이었고, 아픈 종을 아끼는 백인대장의 사랑이 오른편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제부터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백인대장의 굳센 믿음과 백인대장의 사랑으로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알려주었듯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청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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