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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호경(聖號經) 이야기...
작성자문명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04 조회수2,504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호경(聖號經) 이야기>                                                 
 
"(십자성호를 그으며)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천주교 신자로서 이 기도문을 외워서 바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성호경은 천주교 신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기도문이기도 하며 가장 짧은 기도문이다.

이렇게 짧은 기도문을 왜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일까? 이것을 교리로 설명한다면 길어지겠지만, 그 이유는 아마도 성호경이 많은 기도문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 기도문이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고, 또한 제대로 바치는 것이 매우 어렵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호경은 모든 다른 기도를 시작하기 전과 끝마친 후에, 또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과 끝마친 후에 바친다고 되어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하루에도 세 번 이상 바치는 경우가 바로 '식사 전 기도'를 바칠 때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중학교 2학년 부활절에 세례를 받았지만 서른 살이 되어도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대중음식점이나 직장의 구내식당에서 식사 전 기도를 바쳐본 적이 없었다. 도무지 쑥스러워서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서른 살 쯤 되었을 때 '성령세미나'를 받으면서, 성령께서 저에게 용기를 주시어 언제 어디서나 '식사 전 기도'를 바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다. 약 3개월 후 하느님께서는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사자를 한 사람 보내주셨다.

금융연수원 연수기간 중에 구내식당에서 바로 내 앞에 앉아서 식사하는  어떤 형제가  조용히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바치는 것을 보고는 용기를 얻어 그 다음 날은 나도 다른 연수생들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 식사 전 기도를 바쳤다. 그렇게 성령의 도우심으로 한 번 용기를 내어 바친 식사 전 기도는 그 후로는 언제 어디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바칠 수가 있었다.

몇 달 전에도 나는 어떤 식당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평소와 같이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바치고 식사를 했다. 손님은 나 혼자였는데, 나이가 나 보다는 약간 젊어보이는 주인아저씨가 내 뒤쪽에서 그 모습을 보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식사중인 내 옆에 와서 앉으며 말을 건넸다.

"저,... 손님은 어느 성당에 나가세요?"
"네, 사실 저는 저쪽에 ㅇㅇ성당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아 그러세요? 저도 20여년 전에 돈암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만 너무 오랫동안 냉담을 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 형제님과 인연을 맺은지 약 3개월 후. 돈암동 성당으로 연락하여 없어진 교적을 살려오고, 나는 자주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또 대화를 나누고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그 형제님은 냉담을 풀었을 뿐 아니라, 혼인조당(혼인장애)을 해소하기위해 관면혼인을 받고, 또 더 나아가서 부인과 자녀들을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주일미사에 오셔서는 서로 평화의 인사를 함께 나누며 환하게 웃기도 하시며 온 가족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주 화요일에 나는 출근을 하면서 장례미사 안내판을 보고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안토니오)'라는 이름이 안내판에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형제님의 부모님 중에 누가 돌아가셨나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바로 그형제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저께 주일미사에서도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요셉관(성당 영안실)에서 연도를 바치고 나오는 연령회 회원에게 물어보니 전날 밤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형제님이 이렇게저렇게 우여곡절 끝에 냉담도 풀고 조당도 풀고 가족들도 예비자로 등록시킨 형제님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랬군요... 사무장님이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셨네요." 하면서 아쉬워했다.

내가 그 형제님의 영혼을 구한 것이 아니고 '성호경'이 그 분의 영혼을 구한 것이다. 고백성사도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보시고 영혼이 깨끗한 상태로 저승에 가신 형제님은 분명히 천국에 드셨을 것이다.

"안토니오 형제님,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끝>

2008.4.4 이시도로성인 축일에.... 문명영(이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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