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산책하다가 데려온 길 잃은 강아지가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내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큰딸을 위로해 주는 일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예측하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으며 오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하는 표정으로 옆에 있어주기 때문일까?
그냥 서로의 존재감으로 행복해하는 강아지와 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그렇게 딸아이의 지친 맘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지만 나의 염려와 바람 때문에 쉽지 않다. 내 안에 있는 돌보지 않은 어린아이가 딸에 대한 염려와 바람을 만드나 보다. 오래전 방송되었던 연속극 주인공 몽실이가 어린 동생을 업고 있던 장면이 기억난다. 주변의 여건 때문에 나는 될 수 있으면 참아내고 웬만하면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날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나를 초대하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그 순간 내 안의 해결되지 않았던 바람이 ‘어린이’로 비춰졌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겠지만 예수님과 함께였기 때문에 그 당시의 나를 이해할 수 있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 노력중이다.
나는 내 영혼이 만나는 최초의 인간이다. 내가 나를 받아들였기에 내 딸을 있는 그대로 위로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