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면한 사람은? (마르 11,12~14)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대면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 나옵니다.
자기가 비켜 갈 것이지 보행자에게 웬 성화냐 싶어,
싫은 소리가 연신 입가에 맴돕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처지가 달라집니다.
위험하니 비키라고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꿈적도 하지 않고
태연스레 자기 길만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길 가는 사람을 욕합니다.
이런 일들은 결국 나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이웃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의 잣대로만 모든 일을 판단하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믿고 따를 때도 우리가 가진
이런 자기 중심적인 사고는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비유하자면, 예수님이 " 배고프다." 라고 하실 때,
우리는 " 아직 배고플 때가 이니예요." 라고 판단하고,
예수님이 " 목마르다." 라고 하실 때
우리는 "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떠 먹으면 될 것을 ...."
이라고 투덜대며 예수님의 본심을 외면하는 것이지요.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에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는 것은 당연한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열매를 낼 수 있는 나무인데도
단지 열매를 낼 철이 아니라는 핑계로
허기진 예수님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아가 적당한 구실을 둘러대서
허기진 이웃을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 예수께서는 시장하셨다.
마침 무화과나무에 잎사귀가 달린 것을 멀리서 보시고서는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싶어 가셨다.
그래서 그 나무로 가셨더니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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