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생활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끈을 놓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여유로워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당신을 위해하던 일을 포기한 사람’이라고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와 하느님만 아시는 탐욕스런 내 모습이었다. 부끄러웠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난초 하나만 애지중지하다가 난초에 매여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다른 이에게 줘버렸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면 하느님 앞에서 부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건 바로 하느님께 받은 소중한 선물을 사랑과 바꾼 사람이 아닐까? 나도 그렇게 부자로 살고 싶지만 사랑과 바꾼 기억이 별로 없다. 봉사 후 사람들한테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뿌듯해함으로써 사랑과 바꿀 기회를 잃어버렸다. 화창한 날씨에 산에 올라 새소리를 듣고 바람을 느끼면서도 나 자신에게 올라오느라 수고했다고 말할 뿐 자연을 찬미하지는 못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 하느님의 사랑과 바꿀 기회를 자주 놓쳐버렸다. 주변의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나의 무딤이 안타깝다. 그러나 내 걱정과 자연스럽지 못함을 내려놓으면 하느님 앞에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가장 큰 부자는 예수님이시다.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고 스스로는 사랑만 가지고 가셨으니까.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