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할 일이 있어서 강화에 있는 수도원에 다녀왔다. 봉쇄수도원과 활동수도원이 한 곳에 있었다. 수도원 경당에서 기도하는 도중에 양쪽으로 다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칸막이가 처진 오른쪽 옆에서는 봉쇄수도원 수녀님들의 낮기도 소리가 마음을 적시고, 저쪽 마당에서는 활동수도원 수녀님들이 그날 오후 피정 올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도하면서 활동하시고, 활동 안에서 기도하시고. 마음이 평화롭고 따뜻해졌다.
내 안에도 기도하는 내가 있고, 활동하는 나의 삶이 있다. 20년 전 결혼하면서 남편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다. 우선 몇 년은 미사전례에 익숙해지느라 애를 먹었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역반장이 되어 본당일을 하게 되었다. 구역 식구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면서 신앙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배우게 되었고 조금씩 익어갔다. 한 해 두 해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니 복사단 자모회·부부독서단원·레지오마리애·성물방 봉사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뭔지 모를 목마름을 느꼈고, 다 좋은 일인데도 자꾸만 지쳐갔고 힘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 힘들었던가 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도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고 그런 기회를 만나서 내 삶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그 의미를 깊이 모르고 했던 교회 안의 여러 활동이 나를 기도하게 만들었고 그 기도가 나 스스로를 이해하게 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포기와 나눔의 활동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기도를 불렀다. “비아야, 너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홍선미(의정부교구 중산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