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기 (마르 12,13~17)
어느 날 길을 걷다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그냥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내가 지금 여기에 두 발 디디고 산다는 게
애닯게 느껴져 왔습니다.
누구에게나 받아 안아야 할 힘겨운 몫들은 있는 것이라지요.
그를 우리 신앙인의 말로 표현하자면
삶의 십자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은총의 십자가이지만, 막상 견디고 있는 그 시간은
겨부하고 돌아서고만 싶은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는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어쩌면 십자가가 그렇게 번번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것을 짊어질 용기가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그 십자가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이유는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진정한 희망을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십지가를 져야 하는 인생일지라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내가 살아가고, 또 살아내야 하는 이 삶에서
우리는 아픔과 절망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까워지는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내 것은 내 것으로,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의 것으로 제자리를 찾으면서
그 관계를 돈독하게 가꾸어 나가는 일이
바로 우리네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와 하느님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서 흘리는 눈물이라면
오늘도 얼마든지 기쁘게 흘리겠습니다.
"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시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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