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언제 이렇게 컸죠? - 몬테베르디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를 관람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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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6-10-31 | 조회수1,18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
<언제 이렇게 컸죠?>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루가 13,18-21) 어제 명동 성당에서 있었던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가톨릭 인터넷 굿 뉴스가 생긴지 9 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기념 음악회라고 합니다. 개막 인사 말씀에서 염수정 주교님께서는 1997년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아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당시 인터넷을 통한 복음전파에 뜻을 두게 되었답니다.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첫 모임을 가톨릭 회관에서 가졌는데도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강당이 넘쳐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모으고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훌륭한 인터넷 사이트를 갖게 되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셨습니다. 더욱이 최근에 성경쓰기가 시작 되었는데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15,000 여명이 참여하여 성경을 쓰고 있다고 하시면서 복음 전파 못지않게 우리 개인의 성화도 중요하고 필요한 이때에 이런 큰 은총을 주신 점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저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초연 된다는 몬테베르디 작곡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 도 들을 겸 오랜만에 명동 나들이해서 대자되실 분들에게 줄 성물도 사려고 나갔었습니다. 성물을 고르며 판매원들과 오늘 음악회에 왔는데 늦어서 얼른 가봐야 하겠다고 했더니 그분들 말씀이 자리 많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좀 느긋하게 이것저것 책도 고르고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러나 성물을 사고 나오니 대성전으로 올라가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음악회가 시작되려면 2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중앙 좌석은 다 차있고 기둥 옆 좌석만 남아 있더군요. 간신히 뒤에서 몇 줄 앞 중앙 쪽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저 인터넷 상에서만 선전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오시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하도 놀라 자기소개도 잊으셨다고 웃으며 말씀하시는 주호식 신부님이 이해되었습니다. 제가 음악에 문외한 인지라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지만, 한마디로 감동이었습니다. 휴식시간 없이 2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공연시간에도 그 어려운 음악을 모든 분들이 집중하고 듣는다는 그 자체가 바로 저에게 감동이었습니다. 귀에 설은 음악을 이렇게 집중하며 질서 있게 듣는 게 좀 어려운 일 아닌가요? 가사가 적혀 있는 팜프렛을 나누어 준 것도 매우 감사했습니다. 가사를 따라가며 음악을 들으니 더 귀에 잘 들어오더군요. 10부 화성 합창, 테너 이중창, 소프라노 이중창, 여성 그레고리안 성가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곡이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여느 악기소리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어제 새삼스럽게 느끼고 왔습니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천상의 전례에 참석하고 있다는 감격 속에서 보낸 두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여러 분이 수고하셨다는 인사 드리고 싶었습니다. 연습도 충실히 한 듯하여, 음악 전공자가 아닌 제가 들어도 훌륭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겨자씨는 세상에서 제일 작다고 합니다. 제가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지만 너무 작고 가벼워 콧바람에도 날린다고 하더군요. 그런 겨자씨가 땅에 심어 썩으면 새들도 깃들만한 크기로 자란다니 정말 경이롭습니다. 아마도 인터넷 굿 뉴스가 9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몇 백 명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가입자가 수십만을 헤아린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 니다. 우리시대는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느 종교 사이트에 제가 들어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가톨릭은 그 특성상 인터넷이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전례 내용도 신앙교리도 일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톨릭은 그 시작도 빠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면에서 불리하지만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다. 그러니 각 개개 단체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승부하여야 한다.” 우리 가톨릭을 부러워하며 나름대로 우리의 단점을 헤아리는 대목입니다. 실제 그들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정보의 다양함에 놀라게 됩니다. 아직도 우리 굿 뉴스는 더 커야하는 겨자 나무입니다. 내용면에서나 충실함에서 발전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그 점을 인정하고 더 아끼고 애정을 부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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