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있을 때 틈틈이 성당을 순례한 추억이 떠오른다. 시험이 끝나고 혼자 하는 도보 성지순례의 맛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을 만큼 감미롭고 행복했다. 성 클레멘스 성당, 성 고스마와 다미아노 성당, 성 마리아 대성당, 오늘 축일을 지내는 라테라노 대성당 등은 마음의 고향처럼 남아 있다.
이러한 성당의 아름다운 모자이크에는 영성이 풍부하게 담겨 있고 많은 조물이 상징적으로 그려져 있어 생명의 주인이시고 온갖 피조물과 함께 계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관상하게 한다. 참된 것,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은 삶을 충만하게 하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몇 년 전 수도서원 25주년이 되어 동기들과 함께했던 이집트·이스라엘·터키·그리스 성지순례는 모든 순례의 절정이었다. 하느님의 집에 간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신나는 일인가! 시편 122편에도 “주님의 집으로 가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제 나는 기뻤네.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이미 우리 발이 서 있구나!”라고 하느님의 성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성전은 하느님이 사람들과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건물이다. 성전은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사람들이 기도하는 장소다. 교회 지체들이 모여 함께 어떤 선물이나 은총을 구하면 그분은 귀담아들으시고 우리의 요청에 응하신다. 예수님은 당신 아버지의 집이 기도의 집이 되기를 바라신다.
아기로 태어나 성전에 봉헌되셨고 어려서부터 성전에서 거룩하신 아버지를 만나셨으며 아버지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하셨고 기도 안에서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셨다. 나는 기도하러 성당에 들어갈 때마다 그분의 숨결을 느끼고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며 그분의 아름다우심을 관상하고 그분을 닮아갈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버리리라”는 시편 137편을 나의 노래로 삼고 싶다.
김희자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