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복음사가는 ‘약은 집사의 비유’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재물 사용에 관한 해답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예수님은 이 비유에서 하느님께 받은 것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하신다. 아마도 재산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염려해서 하신 말씀일 것이다.
예수님 시대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첫째 괴로움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인 것 같다. 비유 이야기에 나오는 집사도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라고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중동 지역에서는 위신이나 명예를 음식이나 생명 자체보다 더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비유에 나오는 집사는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놀라운 행동을 실행한다. 후에 집사의 자리에서 쫓겨나더라도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빚을 처리하는 데 놀라운 수완을 보여준다. 세상의 이익을 위해 갖은 재주, 갖은 꾀를 다 동원하는 집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의 영신생활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노력하는지 살펴봐야겠다.
한편 이 비유는 우리가 빚을 질 때 자신을 얼마나 잘 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집사가 한 일을 다 알고서도 칭찬한 주인처럼 말이다. 자비하신 하느님을 신뢰하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빚이 생겨도 좀더 잘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속세의 재물’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다룬다면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좋은 가치, 이를테면 영적 은사나 교회 안의 사명을 맡겨주실 것이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실 것이다. 그런데 재물을 다루는 데 하느님은 ‘섬겨야 할 분’이시고, 재물은 좋은 목적을 위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그리스도교의 대원칙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희자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