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가 좋아졌어요 ( 마르 14,27~31)
치즈 냄새를 맡아본 적 있으신지요?
우리네 입맛에 맞추어 나오는 고소한 치즈 말고
사루떡처럼 큼직막한 유럽의 치즈 냄새 말입니다.
그 치즈에서는 그야말고 '묘한' 냄새가 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마치 100킬로미터 행군을 막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온 장병들의 워커에서 나는 냄새 같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든, 정말 고약한 냄새이지요.
유학 생활 초기에 가끔씩 그 치즈를 먹어야 할 때가 되면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곤 했답니다.
'두 번 다시 이걸 먹는 날엔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라고요.
경상도 토종인 데다, 피자 하나 못 먹던 저에게
치즈는 고문 그 차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싫던 치즈가
조금씩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변덕이라 해야 할지....
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희망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인간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베드로의 배신은 제가 수없이 반복하는
배신과 변덕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성인이라도 될 것처럼
' 하느님, 저 이렇게 살래요.' 저 이렇게 많이 기도하고,
많이 묵상하고, 착한 일 많이 하고 살래요,' 라고 약속해 버리지만,
저녁이면 후회막심한 제 삶의 변덕을 반성하는 날이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 배신하는 저는
딱 세번 배신했던 베드로의 배신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저는 언제쯤이면 제 말에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을까요?
" 진실히 당신에게 말하거니와,
오늘 이 밤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당신은 나를 세번 부인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