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성당이 서울역 뒤에 있는 관계로 우리 예비자반은 노숙생활을 하는 만45-55세 남자 여덟 분과 함께하고 있다. 다행히 한 자매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 등록되어 공공근로를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일상 업무를 할 수 없는 분, 밥보다 약으로 사는 분들. 상처가 많은 이들은 세상에 대한 벽을 높게 쌓을 뿐 아니라 자격지심으로 언제나 소외당하고 늘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서로 상처를 내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 파출소에 잡혀가기를 밥 먹듯 하고 일부는 다시 노숙자 생활로 돌아간다. 화요일 저녁미사 후 수녀님의 공동교리에 이어 나눔 시간을 가지는데 처음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형제들이 이제는 끝나는 시간도 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중에는 거짓말하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냥 들어준다. 지난 밤 술에 취해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 일도 마치 딴사람이 한 것인 양 말이다.
교리실에 오면 순한 양 같은 사람들이 술에 취하면 이성을 잃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의 힘든 삶을 이해하면서도 도대체 언제까지 그들을 참아주고 용서해야 하는지 주님께 묻곤 했다. 일주일 내내 술에 취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던 한 형제가 요로결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걱정보다 이 형제가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덜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퇴원한 그 형제가 사람들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화해가 되고, 주님 보시기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제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형제들이 변화되어 새로운 자녀로 태어날 수 있도록 주님, 은총을 허락하소서.”
임종심(서울대교구 중림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