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현대 교회에서는 청소년 사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겠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학교교육과 입시경쟁, 사회생활과 취업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교회 안에서 신앙을 키우고 친교(Koinonia)를 체험하는 기회가 더욱더 적다.
그러나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보면 이들 안에 하느님을 알고 체험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고, 또 이를 그 바쁜 생활 가운데 실현하려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톨릭 대학교 성심교정 교목실의 증언에 따르면 매일 천여 명 이상 되는 학생들이 고된 수업 사이의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학교 성당에 와서 기도하고, 정원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내가 동반하는 가톨릭 노동청년회(TOC) 한 팀에서 팀 이름을 정할 때 한 여학생이 ‘아뉴스 데이(Agnus Dei)’로 하자고 하여 받아들여졌다. 그 뜻은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나는 25년간 이 모임을 동반하지만 이런 종교적 표현을 팀 이름으로 정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몹시 놀랐다. 그런데 다른 팀 이름을 보니 ‘예사모’(예수님을 사랑하는 모임)·‘마닮모’(성모 마리아를 닮아가는 모임)·‘포도나무’·‘사람 낚는 어부’ 등이었다.
현재 동반하고 있는 ‘포도나무’팀은 간호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한 번은 이들에게 ‘어째서 백의의 천사들은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넌지시 물었더니, 그들은 정색을 하며 “아마도 우리가 고통 받는 환자들에 대한 동정심, 연민의 정이 없으면 이 직업을 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렇다! 본래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특별히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게 되어 있다.
이 ‘자기 증여’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 하느님을 닮아가는 존재가 되기 위한 관건인 것이다. 여기에 반대되는 것이 자기만의 이익을 찾고자 하는 이기심인 죄인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인간의 죄를 치유하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구요비 신부(가톨릭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