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참으로 다양하다. 예지인(Homo sapiens), 공작인(Homo faber), 노동하는 인간(Homo exercens), 놀이의 인간(Homo ludens), 전례의 인간(Homo liturgicus) 등.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무엇하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구체적으로 우리가 한 인간의 됨됨이나 인격, 그 삶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며, 때로는 아주 단편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와 타인이 평가하는 나 또한 다르다.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내 전 실존이 아니라 극히 일부분에 해당된다.
오늘 복음에서 나타나엘이 예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은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말씀하신다(48절). 그렇다. 나를 참으로 잘 알고 계신 분은 주님뿐이시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살펴보시어 아십니다. 제가 앉거나 서거나 당신께서는 아시고 제 생각을 멀리서도 알아채십니다”(시편 139,1-2).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인간이 누구인지를 참으로 알려면 먼저 하느님을 알아야 한다”고 갈파했다.
인간의 성숙, 인격의 완성 역시 마찬가지다. 성경이 계시하는 하느님과 인간관계는 계약으로써,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인간의 신뢰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래서 현재 미완성의 존재로서 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참모습, 진정한 ‘나’는 사실은 하느님의 언약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콜로 3,3).
구요비 신부(가톨릭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