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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린 한 가족!
작성자
이인옥
작성일
2007-01-24
조회수
635
추천수
9
반대
(0)
신고
복음:
마르 3,31-35
며칠전,
몇년째 소식이 두절된 대모님을
타 본당 미사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약속한 사람들을 기다리려고
로비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머리가 하얀 낯익은 할머니가 다리를 절며 걸어오셨습니다.
"어머니"하며 달려가 손을 붙들고, 얼굴을 부비고
한참을 껴안고 울기만 하였습니다.
사람들 시선도 아랑곳 없이 영적 어머니와 딸은 그렇게
서로 서로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였습
니다.
예비신자들이 대모님, 대부님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마다
저도 대모님의 안부를 몰라 속을 태웠는데
우연치않은 곳에서 대모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제가 암이 결렸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보지 못했다며
대모님은 죄스러워 하셨습니다.
그 당시 대모님은,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당신 사위 때문에
애를 태우던 때였습니다.
그 사위가 끝내 저세상으로 가셨다고하시며
그동안의 일들을 전해주기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제 소식을 안 것은 작년.
제가 쓴 글을 주보에서 읽구서는 그걸 붙잡고 하염없이 우셨다는군요.
그러면 그렇지, 어디서라도 이렇게 활동하고 있을 줄 아셨다구,
수소문해서 제가 사는 곳을 듣긴 했는데
다리도 말을 듣지 않고, 데려다 줄 사람도 없었다구 하셨습니다.
올해 초, 제 글이 또 주보에 실리자
이젠 완전히 건강해졌구나 하시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답니다.
그날도 보잘것 없는 늙은이의 소원을 들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연신 손을 모으셨습니다.
집안 식구들의 안부를 일일이 물으시고
당신 아들이 그동안 겪은 변고를 이야기하시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손을 맞잡고 있었답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서 더 이상 함께 있을 수 없을 때까지
밀린 이야기들을 바쁘게 주고받았습니다.
그동안 부득이 이산가족이 되었지만.
기도 안에서는 늘 잊지않고 내가
잘되기를 빌었었노라고
이야기 중에 대모님은 내내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저도 다시 헤어지는 아쉬움이 못내 커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사시는 곳도 알아놓았고, 전화번호도 적어놓았으니
곧 다시 찾아뵈야겠다고 다짐하며 겨우 발걸음을 떼었습니
다.
어머니의 머리를 뒤덮은 햐얀 서리가 저를 슬프게 합니다.
절뚝거리는 어머니의 다리가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극빈자들을 도와주시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니시던 다리입니다.
그 어머니의 발뒤꿈치를 따라다니며,
저의 신앙이 커졌습니다.
저의 오늘의 신앙이 있기까지 이끌어주신 어머니,
그렇습니다.
혈연으로는 아무 연고도 없으나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며 한 가족이 된 모녀지간.
이것이 바로 오늘 주님이 말씀하시는 새로운 가족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지난 주 가톨릭 신문에 게재된 저희 카페의 선행 이야기를 듣고
많은 신앙인들이 저희 카페를 방문하여 가족의 연을 새롭게 맺었습니다.
기존의 카페 회원들도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맺어진 식구들입니다.
개설한지 칠년이 되어가는 카페, 빈들!
그곳에서 매일 신앙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동안,
친 가족처럼 정을 쌓고,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아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벗이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서 특별한 어려움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돌아가며 고리기도를 바쳤습니다.
여름철이면 수재를 입은 회원을 돕거나,
연말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성금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회원들이나 회원의 가족들 중 사제 서품을 받은 분도 여러분이 생겼고,
그분들을 위해, 100일, 54일 고리기도를 이어나갔습니다.
매일의 말씀을 묵상해서 올려주시는 신부님들의 묵상글,
사목을 하시며 겪으셨던 체험들을 나누어주신 신부님의 일기,
쉽고 재미있는 예화를 통한 훈화 말씀 등.
그리고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는 시설의 수녀님이 올리시는 진솔한 체험기로부터
일반 신자들이 봉사하며 느낀 체험들과
일상생활에서 겪는 삶의 이야기들이 모두 모두 진솔합니다
.
다른 곳에서 퍼다 올리지 않는 자기 만의 솔직한 표현들이
매일 들르는 회원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속에서 우러난 사랑과 애정.
그것이 '빈들'의 저력인 것 같습니다.
정기적인 오프라인 미팅을 갖지 않았아도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아도
노련한 운영자들이 없었어도
칠년동안 꾸준히 회원은 늘어갔으며,
회원 거의 대부분이 일회적인
뜨내기 회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가족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혈연으로는 아무 연고도 없으나
하느님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
주님의 식구가 아닐는지요?
망망대해!
인생의 외로운 바다에서
어떤 풍랑과 폭풍이 불어와도
서로 서로 손을 맞잡고,
등을 어루만지며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의 끈을 놓지 말고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라고 맺어주신 가족들입니다.
여기 굿뉴스의 묵상방 역시도
주님 사랑 안에서 맺어진 가족들이 모여 있어
언제나처럼 따듯이 반기며 맞아주시는 사랑방이 됩니다.
우리가 어딜 가든지,
외롭지 말라고, 힘들지 말라고,
백배의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와 형제들을
우리에게 맺어주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Beetoven Moonlight sonata o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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