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수녀(마리아구호소)
◆마리아구호소에는 스물네 시간 따뜻한 밥과 국이 준비되어 있다. 새 가족이 입소할 때마다 가장 먼저 식사를 했는지부터 묻는다. 이삼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었다는 이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
며칠을 굶은 이들한테는 먼저 물을 먹이고 죽을 드렸다가 후에 밥을 드린다. 그리고 밤 두 시든 세 시든 새로 입소한 가족이 배가 고프다면 언제라도 밥을 차려드린다. 영양실조로 빼빼 마른 그들은 입소 후 한 끼에 두 그릇씩 먹는데 몇 개월만 지나면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다. 제때 양껏 식사를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기에 처음 입소했을 때 밥부터 챙겨준 것이 고마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수녀회에 딸린 이만 명이 넘는 식구들을 한 끼도 굶긴 적이 없으시다. 나는 식사를 할 때마다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어제는 아저씨들이 직접 농사지은 상추와 호박잎으로 푸짐한 밥상을 마련해 주셨고, 오늘은 된장국과 현미밥을 마련해 주셨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하루는 이웃집 준호 어머니가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산나물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햅쌀밥을 새하얀 바가지에 가득 담아 오셨다. 그 쌀은 절토골이라는 깊은 산속 손바닥만한 다랑이에서 손으로 훑어서 수확한 것이었다. 쫀득쫀득한 햅쌀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어머니가 왔다 갔다 하시는 동안 단숨에 한 그릇을 비웠고 어머니 밥만 남겨두었다.
그런데 마침 한 노숙자가 동냥을 청하러 왔다. 어머니는 당신의 밥을 전부 그에게 주셨다. 나는 “그것은 어머니 밥인데`….” 했지만 어머니는 “이 밥은 오늘 저 사람의 양식으로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거야.”라고 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육신이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영적 양식도 주신다. 매일 말씀과 성체로 우리 영혼의 양식이 되어주시고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시는 하느님, 당신 이름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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