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년 전 일인 것 같다.
어느 날, 우리 구의 초대 민선구청장을 역임한 친구와, 전 구의회의장, 전 서울시시의원 등 친구 4명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일본 구경을 공짜로 시켜준다는데 함께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것도 비행기로 간다고 했다.
“아니? 일본이라는 나라를 갈려면 최소한 7,80만 원은 들어야 할 건데 그걸 누가 공짜로 보내 줘?” 하고 물었더니
“세계평화가정...” 뭐라고 하며 그런 단체에서 지역유지들을 초청해서 간다는 것이었다.
“나 참, 무슨 목적이 있을 것 아니야? 그런 큰 돈을 대어 준다면?”하고 내가 재차 물었더니
그냥 따라가면 되는 거라고....밥 잘 먹여주고 좋은 호텔에서 재워 주고, 명승지 관광시켜 주고 다만 오전에 강의 2시간씩만 들으면 된다고 했다.
“무슨 강의를 듣는데...?” 또 물을 수밖에.
나만 꼬치꼬치 물으니까 아마도 말을 꺼낸 친구가 내가 천주교신자여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몰라. 참 가정 뭐라고 그러던데....세계평화를 위하는 단체라고 종교는 어느 종교이든 상관이 없다던데. 그런 걸 안 따진다고 하더라고. 이미 신부님들도 갔다 오고 수녀님, 스님들도 가고 뭐 아무나 가는 거라 하더라고’ 그랬다.
‘신부님들도 가고 수녀님들도 가셨다? 그렇다면 뭐야? 나도 가도 되겠네. 뭐 하는 덴지는 모르지만....’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며칠 뒤 답하기로 하고 이미 다녀왔다는 사람한테 물어봤다.
“종교는 안 따지기는 하던데 통일교 있잖아. 문선명씨가 총재라든가 회장이라든가..여튼 세계평화가정...그거 한 번 가봐. 끝내 주더라고. 호텔도 으리으리하고 뷔페 식사하는데 보니까 늘씬한 서양여자들이 써빙을 하느라 득시글거리고.....아침에는 강의, 오후에는 무조건 관광이야. 갔다 온 사람들 중에서 소감문 잘 쓰고 저들이 하라는 대로만 잘 하면 앞으로 또 9박 10일로 알라스카를 공짜로 보내준다더라고...” 그 친구 입에서 침이 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모였던 내 친구들이 다 간다면서 함께 가자고 소매를 끌어 잡았어도 가지 않았다.
마치 내 몸을 더럽히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천주교에 배신을 때리는 일인 것도 같고, 감수성이 남보다 강한 내가 유혹에 걸릴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얼마 전에 내가 존경하는 순수문학인이고 또한 신앙의 대부처럼 여기며 또 한때는 직장 동료이고 이런저런 연줄로 얽힌 지요하 작가가 거기에 갔다 왔다는 글을 자게판에서 올린 걸 다시 읽어보았다.
물론 지작가처럼 신앙심이 확고한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천주교 신자들은 제발 그런데 현혹돼서 다녀오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아는 모 본당 사목회 부회장이 거기 다녀오더니 배교를 했다. 그 외에도 어떤 교회 부목사가 참가정 어쩌고 하는 데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그 단체가 무대를 후꼬카나 오사카 등지로 옮겨 가며 사람들을 초청해 간다.
''지작가가 거기에 직접 다녀왔는데도 꾿꾿이 신앙을 잘 지키고 있잖아. 나도 구경만 잘 하고 오면 되지 뭐. 저들이 뭐라고 하든 지작가처럼 내 심지만 굳으면 뭔 일이 있겠어? 마음 단단히 먹고 다녀오지 뭐'' 하면서 ''나만 중심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신자만도 배교를 하고 그리로 간 사람(지금은 모집책이 됐다)부터 몇이 된다.
갔다온 후에 냉담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또 개신교 부목사가 부목사 자리를 나와서 참가정 어쩌고 하는데 가서 지역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청평 다리를 건너자마자 궁궐 같은 돔으로 된 대리석 건물이 그들 것이란다.
그 안에는 아무나 못 들어가고 그곳에 앞으로 교주인 문 모씨가 묻힌다 한다.
남의 종교를 비평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내 형제들이여, 더는 공짜라는 이유로 현혹되지 말고 그런 소리 하거든 당신들이나 댕겨 오시오 하는 의연함을 보여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