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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42: 빵과 포도주 축성, 그 실체의 변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01 조회수4,172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42) 빵과 포도주 축성, 그 실체의 변화

 

 

감사 기도의 중심에는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두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러한 행동과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예식, 당신의 파스카 예식을 제정하셨습니다. 최후 만찬 때에, 예수님께서는 비록 빵과 포도주의 초라한 표징 안에 가려져 계시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미사 전례 전체의 절정이라고 할 만한 순간에 사제는 예수님께서 몸소 하신 바로 그 말씀을 되풀이하며 빵과 포도주를 축성합니다.

 

이러한 축성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실제로 현존하시게 되는 장엄한 순간입니다.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통하여 빵의 전 실체가 우리 주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포도주의 전 실체가 그분 피의 실체로 변하는 ‘실체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빵과 포도주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필리 3,21)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 특별하고 놀라운 순간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빵과 포도주가 그분의 몸과 피로 실체적으로 변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말하자면 일종의 ‘핵분열’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의 원리가 창조 안에 도입됩니다. 이 변화는 온 존재의 핵심에 파고들어 실재를 변화시키는 과정,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되시기까지(1코린 15,28 참조)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시작합니다.(사랑의 성사, 11항)

 

지극히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 순간을 위하여 교회의 전례는 엄청난 공연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룬다고(이사 55,11) 하신 그대로,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을 사제가 되풀이하는 것만으로 실체의 거룩한 변화가 모두 이루어집니다. 잠깐 한눈팔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만큼 짧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 순간, 사실은 세상천지가 요동을 치며 자신의 본질을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고귀한 단순성’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깊은 절을 하는 우리의 표현이 ‘실체 변화’라는 놀라운 기적에 비하면 사소하고 성의 없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놀라운 일이 벌어질 때 사람이 할 말을 잃듯이, 창조주께서 몸소 활동하실 때 피조물은 침묵 속에 응시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깊은 절과 장궤(長跪)는 그래도 하느님의 모상이 새겨진 인간이 모든 피조물을 대표하여 드리는 최선의 자세입니다.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께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 구원에 도움이 되기에 찬미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가련한 몸부림입니다(공통 감사송4 참조).

 

[2021년 3월 28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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