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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의 모든 것31: 성체 성혈 축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03 조회수6,963 추천수0

[미사의 모든 것] (31) 성체 성혈 축성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신앙의 신비

 

 

가톨릭교회는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행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재현(현재화)하는 것이며 실제로 축성한 성체와 성혈이 주님의 참된 몸이요 피로, 주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신다”고 고백한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의 수요일 미사 중 성체를 거양하고 있다. [CNS]

 

 

나처음: 미사 때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면 정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나요? 솔직히 아직 성체 안에 예수님이 실제로 계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죄송해요.

 

조언해: 저도 성체성사의 신비를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믿지만, 가끔 미사 때 정말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할까 의심할 때가 있어요.

 

라파엘 신부: 축성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것을 단순히 믿음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돼. 실제로 미사 때마다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야. 700년께 이탈리아 란치아노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단다. 그곳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한 신부님이 처음이랑 언해처럼 축성된 빵과 포도주가 정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할까 의심했지. 그 신부님께서 어느 날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면서 그러한 의심을 또 품게 된 거야. 그 순간 축성된 빵이 살로, 포도주가 피로 변한 거야. 이 기적의 성체와 성혈은 지금도 란치아노의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성당에 잘 보존돼 있단다.

 

이러한 성체와 성혈의 기적은 란치아노뿐 아니라 이탈리아 볼세냐와 시에나 그리고 독일의 상트 게오르겐부르크 수도원 등지에서 일어났단다.

 

처음이랑 언해가 의심하듯 교회 안에서 수 세기 동안 성체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어요. 특히 성체가 ‘진짜 주님의 몸’이냐 아니면 단순히 ‘상징’이냐 하는 문제로 수많은 신학자가 다투었단다.

 

이에 개신교는 빵과 포도주는 변화 없이 그대로이고, 단순히 예수님께서 그분의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라고 설명한단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행하신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는 ‘상징’이요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재현(현재화)하는 것이며 실제로 축성한 성체와 성혈이 주님의 참된 몸이요 피로, 주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신다”고 고백하고 있단다. 가톨릭교회는 그래서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 대해 “온전한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담겨 계시며… 이 현존은 분명코,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그리스도께서 전적으로 또 완전하게 현존하신다”며 믿을 교리로 선포하고 있단다. (「가톨릭교회교리서」 1374항)

 

이렇게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축성한 성체와 성혈을 주님의 몸과 피라고 고백하는 근거는 마지막 만찬 때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있단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하시고, 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라고 하셨기 때문이야.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명하셨지.

 

그래서 주님께서는 교회가 행하는 미사를 통해 성체 안에 현존하고 계시는 것이야. 이처럼 축성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가 되는 것을 ‘성변화’라고 해.

 

나처음: 그러면 빵과 포도주가 언제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나요.

 

라파엘 신부: 제대 위에 빵과 포도주가 놓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모두가 성체와 성혈로 변화되는 게 아니란다. 반드시 사제의 성찬 제정과 축성 기도가 있어야만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거룩히 변화된단다. 그래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한 후에는 반드시 ‘성체’와 ‘성혈’로 고백하면서 흠숭의 예를 표해야 해.

 

성변화는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라고 사제가 바치는 ‘성령 청원’으로 시작돼. 이어 사제가 성찬 제정과 축성 기도를 바치면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할 때 주님의 몸과 피로 ‘성변화’가 일어나지.

 

이후 사제는 주님의 몸과 피가 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회중에게 보이며 거룩한 변화로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신앙의 신비여”를 환호하면 회중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1코린 11,26)라고 큰 소리(또는 노래)로 고백한단다.

 

필요에 따라 전례 봉사자(복사)는 축성 바로 전에 종소리로 신자들에게 신호해요. 마찬가지로 성체와 성혈이 든 성작을 높이 들어 보일 때 종을 치기도 하지.

 

나처음: 사제가 성체와 성혈이 담긴 성작을 높이 들어 보이는 이유는 뭔가요?

 

조언해: 방금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잖아. 빵과 포도주가 그 순간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했다는 것을 높이 들어 신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사제가 제단에서 계속 기도만 하면 언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었는지를 모르잖니. 그래서 높이 들어 보여주는 거야.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미사 때에 사제가 축성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를 ‘거양성체’(擧楊聖體)라고 해. 라틴말로는 ‘엘레바치오’(Elevatio)라고 하지.

 

미사 때 이렇게 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먼저, 교회의 봉헌 예물인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능력으로 축성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가 되었음을 회중에게 드러내 선포하는 뜻이 있단다. 두 번째로는 성체와 성혈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구세주께 사랑과 흠숭의 마음으로 경배하라는 뜻이 있지. 세 번째로는 인간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며 합당하게 미사를 하느님께 봉헌하자는 지향이 담겨 있단다.

 

미사 때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어 올리는 예식은 13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 당시 평신도 사이에서 축성되지 않은 빵까지 성체로 공경하려는 그릇된 신심이 확산되고 있어 파리교구장 에우데스 드 쉴러 주교가 사제들에게 축성 전에 빵을 드는 것을 금하게 했지. 그리고 반드시 축성한 성체만을 거양하도록 명했지.

 

이 거양성체 예식은 성체를 보기를 간절히 원하던 신자들의 뜻에 부합해 급속도로 퍼져나가 50년이 채 안 돼 모든 유럽 교회에서 이 예식을 행했다고 해. 성혈 거양은 성체 거양보다 늦어 14세기에 가서야 보편화 되었어. 아마도 그 이유는 당시 신자들이 성혈이 담겨 있는 성작을 보려는 갈망이 덜했기 때문이겠지.

 

페스트가 창궐하던 당시 중세 유럽은 성체에 대한 신심이 유독 강했단다. 아마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죽어 나갔기 때문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크게 의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어떤 사제들은 성찬례 거양성체 예식 후 축성한 성체 앞에 오랫동안 무릎절을 하고 기도하는가 하면, 신자들은 성체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제에게 더 높이 성체를 들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대. 성체를 봄으로써 언제 닥칠지 모를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지. 하지만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근대에 접어들면서 성체에 대한 경외심이 줄어들어 성체를 쳐다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고개를 숙여 절만 하는 신자들이 크게 늘기도 했단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우리 신자들도 성체께 대한 경외심 없이 의례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참 많아.

 

이를 보다 못한 성 비오 10세 교황(재임 1903~1914)께서 1907년에 「올바른 성체 공경을 위한 지침」을 발표해 “미사 중 거양성체 때 신자들은 신앙과 애정을 가지고 성체를 쳐다보며 토마스 사도가 부활하신 주님께 고백하였듯이 ‘저의 주님, 주님은 내 참 하느님이십니다’(요한 20,28 참조, 옛 미사 경본에는 ‘주님, 주님은 내 참천주로소이다’로 표기됨)라고 고백하라”고 명하셨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후에는 거양성체 예식 때 사제는 속으로 “저의 주님, 주님은 내 참 하느님이십니다”라고 기도하고, 회중과 함께 성체를 바라본 후 허리를 숙여 깊은 절은 한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2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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