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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꽃으로 보는 성모님의 생활소품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7-08 조회수6,657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꽃으로 보는 성모님의 생활소품들 (1)

 

 

‘성모님의 베일’이라 불린 숙근 안개꽃

 

안개꽃 또는 안개초(Babyˈs Breath)는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으로 추위에 강하며 깁소필리아(Gypsophila)라는 학명으로 불릴 정도로 석고(gypsum) 성분을 많이 함유한 흙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흔히 안개꽃은 일년초라고 알지만 여러해살이풀인 숙근 안개꽃(Gypsophila paniculata)도 있으며, 그 꽃은 당연히 흰색이려니 생각하지만 분홍색,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도 있다.

 

안개꽃은 결혼하는 신부가 드는 부케를 비롯해서 웬만한 꽃다발을 만들 때 거의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꽃이다. 본줄기가 잘게 갈라지며 퍼진 끄트머리마다 희고 작은 꽃이 무수히 피는데, 꽃이 작은데다가 그렇다고 꽃 모양이 특별히 예쁘지도 않다. 그런데 한데 묶여서 다발을 이루노라면 나름대로 존재감을 보일 뿐 아니라 안개가 서린 듯 눈이 쌓인 듯 꽃다발의 다른 꽃들을, 가령 장미들이며 카네이션들을 돋보이게 해준다.

 

안개꽃이 신부의 부케나 꽃 장식으로서 결혼식에서 흔히 쓰이는 이유들 중 하나는 이 꽃이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인하는 신부가 손에 드는 부케 안의 작고 하얀 안개꽃 송이들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랑과 신부가 상대를 향해서 서로 품는 지순하고 진솔한 감정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안개꽃이 드러내 보이는 사랑의 상징성을 보면서 신랑과 신부의 그렇듯 지순한 사랑이 오래도록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축원한다.

 

안개꽃이 이렇듯 지순한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애절한 사랑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어느 바닷가 마을에 제니라는 아가씨가 살았다. 하루는 제니가 바닷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해군 장교 하나가 제니를 구해 주었다. 이 일이 인연이 되어 제니와 장교는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얼마 뒤 전쟁이 일어났고, 장교는 전쟁에 차출되었다. 제니는 장교가 무사하기를, 별일 없이 돌아오기를 날마다 기도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장교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사이엔가 마을에는 장교가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런데 그것은 마을에 사는 부잣집 아들이 퍼뜨린 거짓 소문이었다. 그는 제니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제니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신과 제니가 곧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뜨렸다. 마을 사람들은 잘된 일이라며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지만, 제니의 속은 타들어 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장교가 돌아왔다. 그는 전쟁터에서 빨리 적군을 물리치고 제니에게 돌아가기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부서진 뱃조각에 의지하여 헤엄을 쳐서 겨우 바닷가에 닿았지만, 그곳은 머나먼 타국이었다. 그는 오직 제니에게 돌아갈 생각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어렵사리 뱃삯을 모아서 기어코 조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부잣집 아들은 비열하게도 자기 마을에 도망병이 있으니 잡아가라고 신고하고 군인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군인들에게 돈을 주어 장교를 죽이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제니는 부잣집 아들을 찾아가서 장교를 죽이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부잣집 아들은 장교를 고향으로 보내 주겠다며 바닷가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장교를 돌려보낼 마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장교를 죽일 속셈이었다. 그들이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 불안한 마음에 그 뒤를 몰래 따라가던 제니가 장교의 손을 잡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군인들이 쫓아왔다. 제니가 그만 모래밭에 넘어지고 말았다. 쓰러진 채로 제니는 기도했다.

 

그 순간 짙은 안개가 몰려오더니 군인들을 휘감고 바닷가를 뒤덮었다. 군인들은 안개 속에서 갈팡질팡했다. 부잣집 아들은 안개를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날뛰다가 자기가 휘두르는 칼에 찔려 숨을 거두었다. 간신히 안개 속을 헤치고 나온 군인들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에는 하얀 꽃들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군인들은 돌아갔다. 그제야 쓰러져 있던 장교와 제니가 몸을 일으켰다. 잔잔한 흰 꽃송이들, 안개꽃이 그 두 사람을 에워싸고 감춰 준 것이다.

 

안개꽃의 이러한 역할 또는 특성 때문이었을까, 중세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꽃을 ‘성모님의 베일’(Our Lady’s Veil)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성모님의 종(鐘)’이라 불린 초롱꽃

 

꽃의 모양이 보기에 따라서 밤에 불을 밝히는 초롱처럼 생긴 것도 같고 작은 종처럼 생긴 것도 같은 식물이 있다. 그래서 이 식물을 두고 우리말로는 ‘초롱꽃’이라고 부르고 서양말로는 ‘벨플라워(종꽃)’라고 부른다. 또한 서양에서는 이것을 흔히 캄파눌라(Campanula)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캄파눌라는 라틴어로 ‘작은 종’ 또는 ‘방울’을 뜻하는 단어이다.

 

초롱꽃의 원산지는 유럽 남부 지역이다. 그리고 북반구 온대 지방에 폭넓게 분포하는데, 그 종류가 3000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초롱꽃은 대개는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이지만 더러는 여러해살이풀도 있다. 주로 분홍색, 보라색, 흰색 꽃을 피우는데, 꽃이 아름답고 개화 기간이 길어서 널리 사랑받는다. 초롱꽃은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만큼 추위에는 강한 편이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는 취약하다.

 

중세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초롱꽃을 ‘성모님의 종’(Lady Bell 또는 Mary Bells)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꽃의 모양이 종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보고 성모님이 목공소에서 일하시는 성 요셉과 예수님께 연락할 필요가 있을 때 울리시던 종을 연상한 것이다.

 

초롱꽃들 중에 ‘성모님의 종’이라 불리던 것으로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벨플라워(Bell flower) 또는 캄파눌라라고 불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캔터베리 종꽃(Canterbury Bells) 또는 캄파눌라 메디움(Campanula medium) 또는 커팬소서(Cup-and-saucer, 잔 받침이 딸린 찻잔 모양의 겹꽃)라 불리는 것이다. 한편, 이중에서 캔터베리 종꽃은 ‘성모님의 종’이라는 이름 외에 ‘성모님의 나이트캡(취침용 모자)’, ‘성모님의 일옷(일할 때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걸쳐 입는 덧옷)’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7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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