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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을 밝힘[35]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2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26 조회수1,693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5.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을 밝힘

 

요셉은 자기 곁에 서 있는 모든 이들 앞에서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모두들 물러가게 하여라.” 하고 외쳤다. 그래서 요셉이 형제들에게 자신을 직접 밝힐 때, 그 곁에는 이집트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요셉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갑자기 목 놓아 울자, 그 소리가 주위 이집트 사람들에게 들리고 멀리 파라오의 궁궐까지에도 들렸다. 이렇게 그는 유다 형의 찐한 담화와 태도에 너무나 감동을 하여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형제들을 만났을 때도 벌써 두 번(42,24; 43,30)이나 울었던 그다.

 

사실 어떤 공동체가 깨지거나 불편한 관계로 있을 때, 이를 해결하려면 누군가가 고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어쩌면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고통이 요구될 수도. 어차피 여기에는 하느님의 개입이 요구된다. 지금 유다는 야곱 가족의 오랜 반목과 시기를 자신을 대속하려는 의견으로, 요셉이 그토록 갈망하는 화해의 서막을 열었다. 이는 예수님께서 겪게 되실 십자가 수난이 모든 민족을 메시아 시대의 한 공동체로 모아들이게 될 것임을 이르고자 하신 말씀을 연상하게 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이렇게 유다의 긴 담화에서 야곱 집안에 엉킨 실타래가 회개와 용서로 말끔하게 풀렸다. 깊은 감동을 한 요셉은 이집트 시종들과 관리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자기 형제들만이 함께 자리했다. 지금 요셉의 눈에는 저 가나안의 도탄에서 못을 벗기고 자기를 물이 없는 빈 구덩이에 잡아 던진 형들은 이제 없다(37,23-24). 그리고 그 구덩이에서 자기를 끌어낸 미디안 상인들한테, 자신을 단돈 은전 스무 닢에 팔아넘긴 형들이 아니다(37,28).

 

다들 야곱의 열두 아들로 하나같이 한 많은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 야곱을 중심으로 단단히 단합되어 힘껏 뭉친 한 가족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지금은 가나안에 계신 연로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된 모습이다. 이는 유다의 긴 담화가 그 오랜 응어리를 녹였다. 이제 요셉이 형제들에게 이집트 재상의 그 가면을 훌훌 벗어야 한다. 그의 그 기나긴 시험은 끝났다. 이렇게 요셉이 야곱 형제들만의 자리를 마련하자, 다들 하나같이 매우 놀라고 무척이나 당황한다.

 

드디어 요셉이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 계십니까?” 참으로 요셉도 유다형의 태도에 감동에 이끌려 매우 흥분된 모습이다. 그는 형들에게 아버지의 생존 여부를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또다시 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 계십니까?’라고 여쭙는다. 이는 형들에게 한 단순 질문이 아닌, 그 오랜 세월 우리 형제들을 위해 그 한 많은 나그네살이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가 지금도 분명히 살아 계시지 않느냐면서, 이제 우리는 그분의 자랑스러운 한 가족이 아니냐고 고백하는 거다.

 

그러나 형제들은 여전히 요셉 앞에서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거의 기절해 쓰러질 뻔하였다. 한편으로 형들은 동생이 자기들이 저지른 것에 대한 그 어떤 보복이 무서워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래서 형들은 완전히 경악하며 움츠러들었다. 나아가 동생 요셉에게 마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가나안에서 열일곱 살 난 동생이 들려준 그의 꿈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우리가 밭 한가운데에서 곡식 단을 묶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 곡식 단이 일어나 우뚝 서고, 형들의 곡식 단들은 빙 둘러서서 내 곡식 단에게 큰절을 하였답니다.’(37,7) 드디어 요셉은 형제들에게 나에게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하고서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가나안의 저 도탄에서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아예 내지도 마십시오. 이 심한 기근에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 형님보다 앞서 이곳에 보내신 것입니다. 이 땅에 기근이 든 지 이제 겨우 이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어느 누구도 밭을 갈지도 거두지도 못합니다.”

 

요셉은 형들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것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였다면서 형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형들의 양심을 끈질기게 괴롭힌 저 도탄에서의 사건은 결국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의한 것인 만큼, 더 이상 괴로워하거나 얼굴 붉히면서까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는 다 하느님의 원대하고도 오묘한 섭리로, 그분께서 이집트에 머무는 요셉을 보호하시면서 그간의 가족들 간의 갈등과 아픔을 치유해 주시기 위함이었단다. 이렇게 요셉은 이 모든 게 다 하느님께로 돌리면서 말을 계속 이어간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이곳으로 보내시어, 여러분을 위하여 자손들을 이 땅에 일으켜 세우고, 구원받은 이들의 큰 무리가 되도록 여러분의 목숨을 지키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나를 이곳으로 보낸 분은 여러 형님이 결코 아니라 약속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이곳 이집트 파라오의 아버지로, 그의 온 집안의 주인으로, 그리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인 재상으로 세우셨습니다.“

 

이렇게 요셉은 약속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가족을 이 이집트 땅에서 일으켜 세워 큰 무리가 되도록 하시고자 자신을 먼저 이곳에 오게 하셨단다. 알고 보면 이 모든 게 다 하느님의 원대한 계획이란다. 그 일환으로 그분께서 자신을 이곳에서 파라오의 자문을 맡은 조언자요, 파라오 왕궁의 최고 관리자며, 이집트의 모든 행정 책임을 맡은 파라오 다음의 자리인 재상이 되게 해 주셨다나. 이렇게 자신은 이제 이집트의 내정과 외정을 다스리는 실권자로, 이것이 다 하느님의 배려로 이루어졌다고 고백하면서 형제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면서 요셉은 형제들에게 지나온 그 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중으로 미루고, 형제들이 서둘러 가나안의 아버지께 올라가도록 재촉한다. 왜 그는 그들이 빨리 아버지께 되돌아가서 아버지의 아들 요셉의 말이라면서 이것만은 꼭 전하라고 했을까?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의 부탁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회개,용서,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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