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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54: 하느님의 어린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12 조회수3,395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54) 하느님의 어린양

 

 

사제가 성반 위에서 빵을 떼고, 작은 조각을 성작에 섞는 예식을 수행하는 동안 신자들은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우리를 하느님 어좌 앞으로 데려가는 또 다른 전례 노래입니다. 이 전례문을 바칠 때 우리는 예수님을 승리하신 어린양으로 찬양하는 천사들의 무리와 하나 됩니다. 성 요한의 묵시록은 그 광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또 어좌와 생물들과 원로들을 에워싼 많은 천사들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수는 수백만 수억만이었습니다. 그들이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살해된 어린양은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미를 받기에 합당하십니다.” 그리고 나는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와 바다에 있는 모든 피조물, 그 모든 곳에 있는 만물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좌에 앉아 계신 분과 어린양께 찬미와 영예와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묵시 5,11-12)

 

‘하느님의 어린양’은 예수님께 직접 바쳐 올리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신약성경이 예수님을 우리 구원을 위해 희생되신 새로운 파스카 어린양으로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다”(1코린 5,7)고 말합니다. 묵시록도 예수님께서 “살해된 어린양”(5,6.12; 13,8)이시며, 성인들은 그분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입은 이들이라고 전합니다(7,14). 또 어린양의 피는 사탄의 힘도 이겨냅니다(12,11).

 

특별히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피가 우리를 위한 파스카 희생 제물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요한은 어느 군인이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댄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해면이 우슬초 가지에 꽂혀 있었다고 말합니다(요한 19,29). 요한은 왜 이런 사소한 정보까지 꼼꼼하게 기록했을까요? 왜냐하면 이집트 탈출 때 있었던 최초의 파스카 예식에서 바로 이 우슬초 가지가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원로들을 모두 불러 파스카 제물로 작은 짐승을 한 마리씩 잡고, 우슬초 한 묶음을 가져다가 대야에 받아 놓은 피에 담근 다음, 그 피를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르라고 지시했습니다(탈출 12,22). 요한은 우슬초 가지를 통해 예수님의 죽음을 파스카 희생 제사로 보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파스카 어린양의 희생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십자가 아래로 내릴 때 군인들이 보통 때 하던 대로 죄수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았다고 기록했습니다(요한 19,33). 이것은 파스카 제물의 뼈를 부러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탈출 12,46)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예수님의 죽음은 파스카 희생 제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주례 사제가 빵을 떼어 나누는 예식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 주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예식을 마칠 때까지 필요한 만큼 되풀이하다가 마지막에는 ‘평화를 주소서.’로 끝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낭송할 때와 노래할 때를 구분하여 ‘하느님의 어린양’을 시작하는 지점을 정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021년 7월 11일 연중 제15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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