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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왜 손자는 그토록 할머니 생각이 났을까?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8-05 조회수3,588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 한 손자의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올려드렸습니다. 복음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를 여러 차례 읽고 이 손자에 빙의된 것처럼 손자의 마음으로 할머니를 한번 봤습니다. 중풍에 걸려 대소변 냄새가 풀풀나는 할머니였는데도 심지어 고모도 할머니 방에 들어가기를 꺼려했는데 그런 할머니를 왜 손자는 그리워했을까요? 이 질문을 가지고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손자는 나이는 어렸지만 또 나이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그런 글을 썼겠지만 아마 사랑이 뭔지를 알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손자는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서 깨우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몸이셨다고 해도 할머니 냄새 같은 게 난다고 멀리 할 수도 있었는데도 심지어 중풍으로 누워계신 할머니에게서 나는 오물 냄새에 역겨워 만정이 떨어질 법만도 하지만 그런 할머니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역겨운 냄새도 할머니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을 겁니다. 

 

저는 친할머니 외할머니 두 분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이미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에 할머니에 대한 정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어제 한 손자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글을 보면서 할머니 경험은 없지만 저는 모르긴 몰라도 착하진 않지만 아들, 며느리, 딸 모두가 할머니를 외면한다고 해도 아마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할머니를 외면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라면 힘은 들어도 냄새나는 할머니 몸을 씻겨드렸을 겁니다. 아버지 엄마가 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입니다. 

 

할머니가 안 계셨더라면 이 세상에 제가 있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르겠어요. 이것도 분명 할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어떨지는 자신을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사랑이라면 저는 그랬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착한 사람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이유는 할머니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만약 그런 할머니가 계신다면 할머니가 불쌍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할머니를 동정하는 그런 불쌍이 아니고 할머니를 사랑하고 연민의 마음이 깔려 있는 불쌍함입니다. 아마 손자는 어려서 할머니랑 누워 잠을 자면서 할머니 냄새를 맡았을 겁니다. 아마도 어려서 느꼈던 그런 할머니의 냄새가 오랫동안 머리에 기억이 돼 있어서도 중풍으로 몸져누워 계신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도 그렇게 역겹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그런 냄새도 역겹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손자는 평생 어려서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을 통닭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날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런 손자를 둬서 복 있는 할머니인 것 같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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