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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응답하라, 전례: 전례는 어떻게 거행되는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3 조회수2,394 추천수0

[응답하라 ‘전례’] 전례는 어떻게 거행되는가?

 

 

예비자들을 교리교육시키면서 면담을 하면서 묻는 질문 중에 “천주교 신앙을 가지려는 동기가 무엇입니까?”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예수님의 인격 그 자체라기보다는 예수님을 둘러싼 다른 요소들 때문에 천주교에 입문하거나 다른 종교에서 개종을 합니다. 성당의 고요함과 엄숙함, 신부님과 수녀님의 모습, 천주교 신자들의 삶의 모습 등등.

 

그렇다면 예수님이 아닌 다른 요소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실존적 체험을 통해 참된 신앙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가 없느냐?라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과 직접 실존적 체험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분을 드러내는 여러 요소들(말, 음악, 동작, 장소)을 통해서 참된 신앙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고, 전례도 감각적인 표징을 통해서 삼위일체 하느님이 행하신 구원으로 신자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영과 육의 인간은 ‘호모 심볼이쿠스’(Homo Symbolicus)

 

카르투시오회의 수도자 오귀스탱 길르랑은 언어와 침묵에 대해 말하면서 몸과 영혼의 결합이 인간 전체를 이루는 필수 요소임을 확인시켜줍니다.

 

“언어는 단지 표면적인 껍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표현하는 그 몸 자체입니다. 이 몸과 그 영혼 사이에는 본질적인 결합이 존재합니다. 영혼은 몸을 위해 필요하고, 몸은 영혼을 위해 필요합니다”(‘그들은 침묵으로 말한다’에서). 몸을 지닌 인간은 상징을 사용하여 소통을 하며, 하느님의 피조물 중에서 상징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사람이 생물 하나하나를 부르는 그대로 그 이름이 되었다”(창세 2,19)라는 창세기의 구절을 통해 인간은 창조때부터 의미를 지닌 ‘언어’라는 상징을 통해 생물에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그 이름을 대면 다른 인간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소통 능력을 하느님은 주셨습니다. 상징을 통해 소통하는 인간은 호모 심볼이쿠스입니다.

 

 

기호(sign)의 일종이면서도 기호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 상징(symbol)

 

상징은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실재를 가리키는 형식을 포괄하는 기호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상징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표지의 역할을 하는 기호의 일반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또한 여타의 기호와는 다른 특징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로 상징은 “두 겹의 지향성”을 품고 있습니다. 상징이 아닌 기호는 자기가 말하려는 것을 가리키는 지시적인 역할만 하지만, 상징은 문자대로의 의미를 넘어서 제2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때(dirt)’가 묻었다는 말은 일차적으로 얼룩이나 더러운 것이 묻었다는 물리적 의미를 나타내지만, 더 나아가 ‘때’는 또 다른 무엇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 얼룩진 양심’이나, ‘나는 때 묻은 사람이다’ 등의 표현에서처럼 물리적 때가 아닌 인간의 특정한 조건이나 상태를 가리키게 됩니다.

 

둘째로 단순한 기호는 유비(類比)나 연상 관계가 없을 때도 사용되지만, 상징은 유비적 관계나 연상 관계를 근거로 합니다. 구약성경의 희생 제사에서 신에게 올리는 것은 고기가 아니라 연기와 향인데, 그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속성 때문에 신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하늘의 신인 제우스에게는 뿔이 위로 향한 황소를 제물로 바치고,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게는 땅으로 고개를 향하는 모양을 한 돼지를 바치는 것도 이러한 유비적 연상 관계를 통해 설명됩니다.

 

셋째로 기호는 가리키는 의미의 대상을 바로 나타낼 수 있으나 상징은 이러한 기능을 넘어서 그 대상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예를 들어 묵주반지를 끼고 있으면 그 사람은 천주교를 믿으며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는 신자라는 배경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그리스도교 전례상징의 근간인 성경 상징

 

앞에서 말하는 상징의 특징은 각 종교의 예배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교도 고유의 상징의 세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여 하느님과 대화를 하고, 인간 상호 간의 소통을 수월하게 합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의 장(場)인 전례에서 특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성경의 상징을 근간으로 합니다.

 

‘상징’에 상응하는 단어로 σημείον(세메이온)이 있으며, 징표나 표지를 뜻하며, 구약에서는 80번, 신약에서는 60번 나타납니다. 구약의 성경적 상징들은 크게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창조의 상징’은 하느님께서 ‘당신과 비슷하게 당신 모습으로’(창세 1,26 참조) 창조하신 사람에게서 정점에 이릅니다. 2) ‘사건의 상징’은 커다란 구원의 때를 이루는 것으로 그 정점은 이집트 탈출 사건입니다. 3) ‘예식적 상징’은 이스라엘 축제와 전례적 가르침을 말합니다. 4) ‘형상의 표징’은 구체적인 역사적 인물이 수행한 구원의 임무나 백성에게 도움을 주는 구체적 역할을 의미합니다.

 

신약에서 이러한 상징은 연속성을 지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시려고 ‘창조의 상징’을 사용하셨고 ‘사건의 상징’과 ‘예식적 상징’이 예고한 것들을 이루시면서, 이 상징들이 당신을 향하게 하셨습니다. 당신의 구원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동작들을 통하여 사람들을 치유하셨습니다(마르 7,33-35; 8,22-25; 요한 9,6 등).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때에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루카 23,46)는 표현은 이제 유다의 성전 예배는 끝이 나고 새로운 예배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리라는 상징적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인간 성화를 위한 전례 상징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할 수 있는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지체들이 완전한 공식 예배를 드린다”(전례 헌장 7항).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는 처음부터 주님께 받은 상징(사도 2,41-42)과 다른 많은 상징들(사도 8,17;1티모 4,14; 5,22; 야고 5,14-15 참조)을 사용하였습니다. 전례 상징은 구원 역사에 대한 성경적 전망과 상징적 표현과 효과를 인간의 삶 안에 연장합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일어나고 그 말씀에 의존하지만, 전례에 참석하는 이들의 신앙을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전례 상징들입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호경을 외우고 손을 합장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아주 잘 드러내는 상징적 행동입니다. 이것부터 천천히 집중해서 한다면 성화의 한 걸음을 딛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8월호, 윤종식 디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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