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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다이어리에 숨겨진 신앙 이야기(교회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8 조회수2,624 추천수0

다이어리에 숨겨진 신앙 이야기


‘일요일’이 맨 앞에 오는 이유… ‘주간 첫날’ 주님 부활 경축

 

 

- 교회력은 성주간과 성인들의 축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구원과 성인들을 공경하며 그리스도 신비가 주는 효력을 기념하는 달력이다.

 

 

날짜별로 일정 등을 기록할 수 있도록 제작된 수첩을 흔히 ‘다이어리’라 부른다. 해마다 연말이면 서점에 각양각색의 다이어리가 늘어선다. 많은 이들이 새해를 향한 설렘을 안고 사는 다이어리. 이 다이어리 곳곳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듬뿍 담겨 있다. 다이어리에 담겨있는 우리 신앙을 알고 사용한다면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신앙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다이어리 속 숨은 ‘신앙’을 찾아보자.

 

 

빨간 날은 몇 개?

 

다이어리를 들고 2022년 계획을 세운다면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것은 아마도 ‘빨간 날’일 것이다. 내년엔 빨간 날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궁금한 이들을 위해 살짝 말하자면 2022년 일요일·국경일 등 전체 공휴일은 67일로, 올해보다 2일 늘어났다.

 

적어도 달력에서는 빨간 글씨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빨간 날’이라는 표현은 세계 많은 나라가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레드 레터 데이’(Red-letter day)라 부르고,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들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빨간 날’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달력에 휴일을 빨간 글씨로 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쇄기기의 잉크 특성 때문에, 눈에 잘 들어와서 등 여러 이유들을 들곤 한다. 하지만 달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중세 이전부터 ‘빨간 날’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교회 전례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교회는 전통적으로 빨간 글씨로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왔다.

 

그래서 달력에서는 교회가 중요하게 여긴 날, 바로 주님 부활 대축일이나 성인의 축일 같은 축일이 ‘빨간 날’이었다. 신자들은 이 ‘빨간 날’에 하느님과 성인을 기억하며 축제를 지내곤 했다. 그렇게 기념일이자 기쁜 날인 이 ‘빨간 날’은 사람들 안에서 오늘날의 공휴일처럼 자리잡아갔다. 유럽을 비롯한 가톨릭국가나 미국 등에서는 지금도 교회의 축일이 국가 공휴일로 남아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주’월화수목금토!

 

한 주의 시작은 무슨 요일일까. 정답은 일요일, 더 바르게는 ‘주일’이다. ‘주일이 마지막 날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면 구약의 안식일과 주일을 혼동했을 수도 있다. 한 처음에 하느님이 엿새에 걸쳐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쉬셨음을 기념하는 날은 안식일, 즉 토요일이다. 유다인들을 지금도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낸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왜 주일에 쉴까. 그리스도가 ‘주간 첫날’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주간 첫째 날이었던 일요일은 여덟째 날로 새로 났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그 기원을 둔 파스카 신비를 여덟째 날마다 경축한다”며 “그날은 당연히 주님의 날 또는 주일이라 불린다”(「전례헌장」 106항)고 가르친다. 첫째 날이 창조의 시작을 의미한다면, 여덟째 날은 우리가 살아가는 ‘7일’이라는 현재 밖에 있는 미래의 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일의 전례 거행에 참례하면서 천상 전례를 미리 맛본다.(「전례헌장」 8항)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들은 주일만큼은 고행과 극기를 모두 중지하고 미사에 참례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한 구원의 기쁨이 가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주님 부활 대축일만이 아니라 우리가 매주 기념하는 주일이야말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최근 생활주기상의 편의 때문인지 다이어리에서 한 주의 시작을 ‘월요일’로 표시하는 일이 잦지만, 그래도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니라 ‘일월화수목금토’, 아니 ‘‘주’월화수목금토’다.

 

 

2022년, 그리고 교회력

 

내년은 2022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지구반대편을 가도 그렇다.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고도 할 수 있지만, 불과 수십·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나라마다 해가 달랐다. 우리나라만해도 50여 년 전의 기준을 따르면 2022년이 아니라 단기(檀紀)로 4355년을 맞았을 것이다.

 

내년을 2022년으로 셈하는 기준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탄생’이다. 서력기원, 즉 서기(西紀)에는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세상이 새롭게 시작됐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기원전을 ‘그리스도 이전’이라는 영어의 약자 B.C.(Before Christ)로, 기원후를 라틴어로 A.D.(Anno Domini), 즉 ‘주님의 해’라 표기한다.

 

‘서기’는 6세기 요한 1세 교황이 디오니시오 엑시구스라는 수도자에게 만들게 한 달력에서 유래한다. 서기는 교회의 전파와 함께 널리 보급됐다. 11세기경 이미 여러 가톨릭국가들이 자기 나라의 해를 서기로 사용했고, 14세기에는 스페인이, 16세기에는 그리스 문화권에서도 대중적으로 서기를 사용했다.

 

물론 이후 학자들의 연구로 그리스도 탄생 시점이 서기 원년보다 6~7년 더 앞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서기에는 여전히 ‘그리스도 탄생’을 우리 시간의 기점으로 삼는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우리 신앙선조들은 서기에 담긴 믿음을 일찍부터 알고 소중히 여겨왔다. 신앙을 받아들인 초기 신앙선조들은 서기를 ‘천주강생 후’라 표현하며 사용했고, 일주일과 주일의 개념 등 새로운 시간 개념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공식적으로 서기를 사용했지만 그보다 200여 년 앞서 신앙선조들은 서기를 ‘주님의 해’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신앙선조들이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서기가 아니라 ‘교회력’이었다. 전례력, 성력(聖曆)이라고도 하는 교회력은 성주간과 성인들의 축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구원과 성인들을 공경하며 그리스도의 신비가 주는 효력을 기념하는 달력이다. 크게 대림시기를 시작으로 성탄·사순·부활·연중시기로 구분되는 교회력은 우리 시간을 신앙의 시간에 맞춰주는 중요한 달력이다.

 

아쉽게도 일반 시중에 판매되는 다이어리만으로는 교회력을 기억하기 어렵다. 부활이나 축일 등을 셈하는 방식이 달라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상의 날짜가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계출판사들은 신자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도록 교회력이 담긴 다이어리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교계출판사들이 제작한 다이어리는 전례시기와 축일 등이 표시돼있을 뿐 아니라 기도문과 성경 말씀, 성경 통독 계획표 등도 담겨있어 일상 속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1월 28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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