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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병자성사] 성사, 은총의 표징: 병자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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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4-09-24

[성사, 은총의 표징] 병자성사

 

 

사람이 겪는 대표적인 고통 중의 하나가 병고입니다. 중한 병은 몸의 건강만 해칠 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인간에게 총체적인 고통을 안겨줍니다. 병고가 오래 지속될수록 병자 자신은 직업과 일상생활에서 소외되면서 자신에게 집착하기 쉽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많은 근심, 걱정, 수고를 안겨줍니다. 우리 인생여정 전체를 동행하시는 하느님은 병고의 시간에도 함께 하십니다. 교회는 병자성사를 통해서 병고 중에도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보살펴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전해줍니다.

 

 

병자성사를 통해 치유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하느님은 병으로 고통 받는 인간들을 내버려두지 않고 호의적으로 돌보시는 분입니다. “나는 너희를 낫게 하는 주님이다.”(탈출 15,26) 이사야서는 치유를 구원의 때와 연결 짓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백성의 상처를 싸매주시고 당신의 매를 맞아 터진 곳을 낫게 해주시는 날”(이사 30,26)이 바로 구원의 때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활동 중 상당 부분이 병자 치유입니다. 예수님이 도시와 촌락을 두루 다닐 때에 많은 이들이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그들은 치유를 받습니다.

 

예수님은 병자들을 고쳐주실 때 자주 병자들의 몸에 손을 대시었습니다. 예수님은 시몬의 장모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마르 1,31), 문둥병자에게 자신의 손을 갖다 대시며(마르 1,41), 허리가 굽은 여인에게 손을 얹어 주셨습니다(루카 13,13).

 

예수님만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들도 병자를 고쳐주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을 이스라엘의 여러 마을에 파견하시어 복음을 전하게 하셨는데, 거기에는 병자 치유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들을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2-13)

 

사도행전에 따르면 부활 후에 열두 제자는 예수님 이름과 권위로 병자들을 고쳐줍니다. 

 

야고보서에서 드러나듯이 초대교회에서는 이미 교회의 원로(사제)들이 병자를 찾아가서 기름을 바르고 기도해 주는 것이 관습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그 당시에 기름은 보편적인 치료약이자 상처를 낫게 하는 약으로 간주되었는데, 고통을 덜기 위해서나 신체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병자에게 도유를 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해주는 특별한 예식이 나중에는 ‘병자의 도유’, 즉 ‘병자성사’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날도 주님께서는 병자성사를 통해 질병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전해주십니다. 주님은 병고로 허약해진 환자의 마음과 신앙을 굳세게 해주시고, 병자의 구원에 도움이 된다면 잃어버린 건강을 되돌려주십니다.

 

병자성사의 집전 사제는 병자에게 성경 말씀을 들려주고 그를 위한 기도를 드린 다음에 침묵 중에 안수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이 병자에게 다가오셔서 그를 돌보신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어서 병자성유를 병자의 이마와 두 손에 바르는데, 이는 병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힘을 전해주는 표징입니다. 사제는 환자에게 성유를 바르면서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 주소서.” 사제는 이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병자를 약함과 병고에 홀로 내버려두지 말고 건강의 회복과 죄의 용서를 허락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병자성사는 죽기 전에만 받을 수 있는 성사가 아닙니다

 

본래 병자성사는 글자 그대로 병자들을 위한 성사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종부(終傅)성사, ‘죽기 전에 받는 성사’로 바뀌는데, 이런 변화는 8세기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병자성사를 받기 위해서 고해성사를 받아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보속이 매우 무거웠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생동안 춤이나 육식을 금하고, 부부들의 경우에는 성생활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이런 요인은 자연적으로 병자성사를 기피하고 죽음 직전까지 미루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병자성사의 명칭도 변하게 된 것입니다. 중세 초기 만해도 ‘병자도유’라고 하던 것이 12세기에는 ‘마지막 도유’, 즉 ‘종부성사’라고 부르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종부성사를 본래대로 병자성사라고 명칭을 변경하였습니다. “‘종부성사’는 또한 더 적절히 ‘병자의 도유’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는 죽을 위험이 임박한 이들만을 위한 성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육체가 쇠약해지거나 나이가 많아서 병이 들어 죽을 위험에 처하기 시작하면 이미 이 성사를 받기에 합당한 시기가 되었음이 틀림없다.”(「전례헌장」73항) 이런 지침에 따라서 병자는 물론 노령으로 쇠약해진 이들도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본당에서는 노쇠한 이들을 위해 성당에서 공동으로 병자성사를 베풀기도 합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더라고 큰 수술을 받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는 것은 합당할 뿐만 아니라 권장할 일입니다. 

 

죽을 위험이 있는 병인데도 병자에게 충격을 줄까 두려워서 의식불명의 상태까지 병자성사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병자에게 진정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면, 가족들이나 보호자들은 병자가 아직 의식이 있어서 스스로 기도할 수 있을 때 성사를 받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병자성사의 은혜는 풍성합니다

 

우선 병자성사는 병자에게 내적인 평화와 용기를 선사합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병들고 노쇠한 이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드러나듯이 하느님은 이런 이들을 결코 버리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십니다.

 

병자성사는 이런 자비로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병이나 노쇠의 고통을 견디도록 내적인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또한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갖도록 도움을 받습니다. 

 

내적인 위로와 평화는 육체적 건강이 회복되는 은혜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육체와 마음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병으로 손상된 마음의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병자가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병자 자신이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신앙과 기도 그리고 가족, 친지들의 보살핌과 기도는 내적인 평안과 위안을 얻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서 병세가 완화되거나 치유까지도 가능하게 됩니다. 실제로 병자성사를 받은 후에 정신적 및 육체적으로 현저하게 호전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병자성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병자 자신의 고통을 일치시키도록 도와줍니다. 병자성사를 받는 모든 이들이 육체적 건강을 되찾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와 간청에도 불구하고 병이 낫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합치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인류 구원을 위해서 받아야 할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을 감수하셨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병자들이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자유로이 결합시켜 하느님 백성의 선익에 기여”(「교회헌장」11항)할 것을 권유합니다. 

 

병자성사는 아직 남아있는 죄를 용서하는 은혜도 선사합니다. 야고보 사도는 병자를 위한 기도와 도유가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5) 죄의 사함은 통상적으로 고해성사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혹시라도 남아 있는 죄가 있다면 병자성사를 통해서도 용서를 받게 됩니다.

 

 

병자성사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성사가 되어야 합니다

 

병자성사의 집전자는 사제나 주교입니다. 하지만 병자들을 위한 기도와 돌봄은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임무입니다.

 

어떤 이들은 병자성사를 죽음과 연관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성사 받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러기에 가족과 신자들은 격려와 기도로써 병자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굳게 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병자 자신의 노력과 가족의 도움으로 잘 준비된 상태에서 병자성사를 받는다면 성사의 효과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고통을 통해 신앙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병자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의 도움과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9월호, 손희송 베네딕토(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서울 Se. 담당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