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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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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목구와 사도직 경계 넘어서는 사도적 열정 요구"
그리스도사상연구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교회의 대안 모색’ 학술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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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교회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고 이런 사목 현장의 탈영토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제들에게 사목구의 경계를 넘어 잃은 양을 찾아갈 수 있는 유연함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복음화의 열정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원교구 최영균(호계동본당 주임) 신부는 13일 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교회의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54차 학술발표에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가톨릭 사제직, 그 도전과 쇄신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최 신부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교회가 예전처럼 제도와 형식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신앙을 돌본다는 생각은 구태적"이라며 "이제는 다양한 방법과 열정으로 더 섬세하게 사람들을 살피고 찾아가는 사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면이든 디지털 네트워크상의 만남이든 물리적 공간과 조직에 바탕한 사목구와 사도직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사도적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 신부는 "코로나 팬데믹은 미래 세대에 지역과 분업체계에 기반을 둔 공동체가 약화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며 "사람들은 더는 과거처럼 한정된 영토 내의 씨족과 친구, 교회와 농장 안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관계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합리적 분업체계와 위계는 약화되고 인간의 소통행위는 수평적, 다자적, 비체계적인 네트워크의 공간으로 흡수되었다"며 "개인의 사회성 확대, 인간 이동의 증가,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은 전통적 조직에 대한 충성(정체성)과 물리적 공간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와의 결속과 연대는 이제 정당, 직장, 동아리, 동료그룹 등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사제들의 사목 역시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과 열정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제들이 주목해야 할 도전 내지 시대의 징표로 세속화와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공적 영역의 문제를 사적 영역의 문제로 바꾸는 걸 뜻함), 사제적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위기,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교회의 위기 등 3가지를 꼽았다.

세속화와 신앙의 사사화에 대해 최 신부는 "세속화는 종교영역에 다원주의와 시장주의적 가치변화를 가져왔다"며 "전통적인 공동체 중심의 신앙생활이 약화되고, 신앙은 보다 사사화 될 전망"이라고 해석했다. 또 사제적 카리스마와 리더십의 위기는 "사람들은 사제에게 보다 종교적으로 합리성을 요구하고, 평등에 기반을 둔 소통을 중시하는 경향성을 보이며, 따라서 성직자 리더십의 쇄신을 요구하는 열망은 현실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교회의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와 네트워크가 신자들의 삶의 자리에 중요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웠고 점점 탈영토화되어 가는 상황은 공간으로서의 지역 교회에 도전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신부는 "세상과 환경이 변해도 사제에겐 흔들리지 않는 중요한 두 가지 대원칙은 사제는 세상 구원의 성사임을 보여주는 표징, 가장 낮은 곳의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사제"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러한 사제직의 대원칙을 성령의 바람처럼 자유롭게 사회의 장벽과 경계를 탈주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는 헤르메스가 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자를 대표한 윤진(거룩한 말씀의 회) 수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신을 알고 육화하도록 부름을 받은 새로운 상황이란 주제발표에서 "과학이 풀지 못하는 심각한 인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답을 수도생활의 모습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 비극이 몰고 온 파국은 인류에게 세계 공동체가 되라는 새로운 부르심임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정준교(다음세대살림연구소) 소장은 기쁘게 사는 평신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란 발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 지역 본당이 그곳의 야전병원 같아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숨어들어 오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진지가 바로 교회라고 했다"며 "교회의 시스템 안에서 상시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교회 사목의 주요부서가 되어야 하고 사제평의회 안에서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