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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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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적지 여행, 청년들에게 남은 깊은 울림
인천교구 코로나19 대응특별위 ‘광주여행 가불게’ 프로그램총 27명이 9개 팀으로 참가









 
▲ 박원재(가운데) 신부와 이정한 신부가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인천교구 박원재(왼쪽) 신부와 이정한 신부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단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인천교구 청년 신자들이 교구 지원을 받아 광주광역시를 여행하며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광주여행 가불게’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 참가팀인 ‘광신도’는 13일부터 2박 3일간 광주에 머물며 5·18 사적지를 방문했다. 광신도는 ‘광주를 느끼기 위한 신부와 신학생의 도전’이란 뜻으로, 부천 상동본당 출신 사제와 신학생으로 구성된 팀이다. 신학생이 학사일정으로 참석을 못 하게 되자 박원재(마리스텔라실버타운 원장) 신부와 이정한(삼산동본당 보좌) 신부만 여행길에 올랐다. 3살 터울인 두 신부는 2007년 본당 신학생과 교리교사로 만나 14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일반대학에 다니던 이 신부가 성소를 키울 때,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가장 큰 조력자가 돼준 이도 박 신부였다. 단둘이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신부는 전일빌딩을 비롯해 구 전남도청·남동성당·5·18 자유공원 등을 둘러봤다. 전일빌딩은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저항하던 시민들이 숨은 건물로, 외벽에 계엄군 헬기가 사격한 총탄 흔적 245개가 남아있다. 구 전남도청은 5·18민주화운동 본부가 있던 장소로, 수많은 시민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다 산화한 곳이다. 남동성당은 5·18 기념성당으로, 당시 주임 김성용 신부를 비롯한 민주인사들이 모여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수습대책을 논의한 장소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를 탈출한 김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직접 기록한 일기를 전하며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유공자들의 넋을 기리는 미사를 봉헌했다. 민주묘지에 안장된 가톨릭 신자는 36명으로, 개신교에 이어 종교인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뭐냐’는 질문에 두 신부는 입을 모아 “5·18 자유공원”이라고 대답했다. 5·18 자유공원은 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의 강경 진압에 맞선 이들이 구금돼 군사재판을 받은 상무대 군사법정과 영창을 원형으로 복원ㆍ재현한 곳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만난 문화해설사 홍성표씨가 전일빌딩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분이었다”며 “당시 계엄군에 의해 고통받았던 시민들의 고통과 분노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재 신부는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아픔이 남은 곳이기에 엄숙한 마음으로 탐방에 임했다”며 “민주화 사적지를 둘러보다 보니 신앙을 지킨 박해시대 순교성인들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목숨을 걸고 신념을 지킨 순교성인과 민주화 유공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신앙과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다”며 “이번 여행은 스스로 사제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나아가 무엇을 위해 사제가 됐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정한 신부는 “과거에 책이나 영화를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5·18에 대해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고난을 지켜본 시계탑 앞에 섰을 때 그때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해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교구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5·18뿐 아니라 제주 4·3사건 등 다른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갈 수 있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광주여행 가불게’는 인천교구 코로나19대응특별위원회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적인 어려움을 겪는 청년 신자에게 제공하는 심리지원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의 축소된 문화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5ㆍ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민주시민으로서의 시각을 넓혀주기 위해 기획했다. 이번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27명(9개 팀)으로, 인당 20만 원씩 교구 지원금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직접 짠 일정대로 광주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았다. 이들이 기록한 광주의 생생한 모습은 11월 열리는 발표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양성일 신부는 “처음엔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이 신청할까?’라는 우려가 컸는데, 호응이 매우 좋아 다행스러웠다”며 “재정 확보만 된다면 매년 이렇게 청년 신자를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