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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사설/칼럼
2021.04.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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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느님의 자비 주일, 백신 나눔 실천을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2일 현재 세계 78억 인구 가운데 7.7만이 1회 접종을 마쳤다. 미국이 1억 5000만 회로 가장 높았고 중국, 인도, 영국 등 10개국이 5억 회를 접종했다.

백신 보급 역시 일부 국가에 치우쳤다. 유럽연합(EU)은 18억 회분, 미국이 12억 회분, 영국이 4억 5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4배에 달하는 백신 물량을 선점했다. 자국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부도덕하다 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상자로 높은 담을 쌓은 모양새다.

담장 밖의 상황은 비참하다. 지금까지 백신을 전혀 받지 못한 나라는 60여 개국에 이르고 이들은 2023년까지 백신을 구경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계 연구기관들의 보고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백신 공급의 불균형은 현대판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다.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고 담장 밖 가난한 이를 외면한 부자의 말로는 처절했다. 성경 속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백신의 보편적 공급이 바이러스의 변이를 막고 전 세계가 경제적 피해와 부담을 줄이는 함께 사는 길이다.

교황청 자선소는 1월부터 백신 나눔을 위한 기부 계좌를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를 받고 있다. 한국 교회 역시 교구 계좌 모금과 본당 2차 헌금 등을 통해 1명이 백신을 온전히 접종할 수 있는 2회분 비용 6만 원을 기부받아 이를 교황청으로 송금한다는 계획이다.

지구촌 곳곳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시대다. 형제를 도울 방법과 수단이 있는데 이들을 외면하거나 나서지 않는다면 성경 속 부자와 다를 바 없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 지난날 우리 무관심에 대해 주님의 자비를 청하며 지갑을 열고 손을 뻗어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