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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특집기획
2021.10.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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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주일]수술비 없는 가족, 물 새는 성당에 일어난 기적… 독자들 덕분에
''사랑이피어나는곳에'' 본지 사랑 나눔 캠페인 22년 결실









 
▲ 가톨릭평화신문의 사랑 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성금 전달식은 기쁨의 웃음과 눈물이 함께하는 자리다. 사진은 성금 전달식에서 기도하는 어린이와 눈물을 흘리는 이들, 환하게 웃는 이들의 모습.


 



 





본지의 사랑 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가 연재를 시작한 지 22년이 지났다. 2000년 4명의 사연 소개를 시작으로 지난 8월 20일까지 총 978명에게 147억 9216만 7877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수술비가 없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병자들, 이국땅에서 불치병으로 투병하며 고향에 돌아갈 날만 꿈꾸는 이주노동자, 물이 새는 성당에서 신앙생활하며 새성전 건립 기금을 모금하는 본당, 내전과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해외 공동체 사례까지 수많은 이들의 사연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매주 신문에 사연이 실리고 매주 수천만 원의 성금이 모이는 것을 보면 주님의 은총이, 기적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독자들의 기도와 후원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교 주일을 맞아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로 소개된 사연의 후일담과 본 코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한다.





백영민ㆍ이정훈 기자



 



 



 



 



 












 
▲ 야마구치초중급학교 어린이들이 가톨릭평화신문이 전달한 성금으로 마련한 교실 에어컨 앞에서 기뻐하며 두 팔을 벌리고 웃음 짓고 있다. 야마구치초중급학교 제공


 

 



이웃 일본 속 재일동포에게 전해진 사랑



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일본에서 본지 기자를 통해 도움을 호소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본토 최서부 지역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 있는 조선학교 ‘야마구치초중급학교’ 사연이었다. ‘학교에 어떤 어려움이 있길래’ 하고 생각하던 차에 도착한 사연은 이러했다. 어린 학생과 교사들이 찌는 듯한 무더위를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 열병으로 코피를 흘리는 학생들이 발생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수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내 어느 학교든 에어컨 없는 학교가 없을 텐데…. 야마구치초중급학교는 재일동포 자녀들이 다니는 조선학교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에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별을 겪고 있었다.



학교 건물은 지어진 지 60년이 넘었고, 9개 교실에 냉난방 시설을 갖추려면 건물 이곳저곳을 뜯어고치는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사연이 본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제1624호 8월 8일 자>에 실린 뒤 이들을 도우려는 독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특히 해방 이후 우리말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재일동포 어린이들을 딱히 여겨서였을까. 보도 후 성금은 약 5080만 원이나 모였다.



성금이 전달된 지 2개월이 지난 최근 야마구치초중급학교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오영철 학교장과 교직원이 보낸 편지에는 “에어컨 공사와 낡은 체육관 수리까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모두 수리하는 데에는 도저히 어렵다고 생각해 단념하고 있었는데, 그때 가톨릭평화신문에서 큰 도움을 주셔서 너무 놀랐고, 기뻤고, 죄송하기도 했다”면서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9월에 에어컨 공사를 마쳤고, 10월 중순부터는 체육관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에어컨 공사가 잘 마무리된 교실에서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도 함께 보내왔다.







나눔은 나눔을 부르고



지난 9월 16일, 김 스콜라스티카(69)씨가 본사를 찾았다. 뇌출혈로 남편이 쓰러지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사연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2007년 7월 22일 자 제930호 보도>에 사연이 소개됐다.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고등학생인 큰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 김씨는 병시중이 필요한 남편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었다. 김씨에 사연에 전국에서 2400여만 원의 정성이 모였다.



김씨는 “가톨릭평화신문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남편은 14년을 더 투병하다 지난 7월 14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 면회도, 장례 치르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프지 말고 하느님 나라 들어가 편히 쉬라고 인사를 건네고 남편을 떠나 보낼 수 있었요.”



남편 장례도 무사히 마쳤고 이제는 자녀들도 장성했다는 근황을 전하던 김씨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김씨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 중에 병원비 갚고 장례를 치르고 남은 금액 일부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며 “남편이 살아생전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겠냐. 우리도 힘닿는 데로 남을 돕자’는 말을 자주 꺼냈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역 인근 쪽방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하며 김씨가 회사를 나섰다. 그가 건넨 봉투에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1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어려운 이웃들의 야전 병원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사연이 본사에 전달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전국 교구의 사회사목부나 본당의 사회사목분과, 빈첸시오회, 레지오 마리애를 등을 통해 추천서가 들어온다. 자살예방센터나 병원사목위원회, 주민센터, 복지관, 해외 선교에 관련된 수도회나 단체 역시 하나의 창구다.



다양한 사연이 접수되다 보니, 해당 사례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코너에 게재되는 것이 적합한지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사제나, 수도자, 본당에 적을 둔 분과장의 추천서와 해당 사연에 모인 성금이 독자들의 지향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후견인 추천이 필수다. 하지만 추천서나 후견인 없이 대상자 스스로 본지에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대상자가 거주하는 인근 성당에 도움을 요청해 대상자의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본지에 전해진 추천서는 다시 심사 과정을 거치고,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화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독자들이 기도와 후원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는 신문에 기사가 게재 후 일주일간 들어온 성금을 모아 전달한다. 매주 2000~3000명의 후원자가 정성을 보내며, 한 명의 후원자가 보내는 성금은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매주 정기 기부를 하는 독자, 본인이 감동한 사연에 성금을 보내는 독자, 사연을 꼼꼼하게 읽고 수백만 원을 기탁하는 기업가까지 다양하다. 눈에 띄는 것은 지속적으로 보내는 독자가 많다는 것이다. 성금을 내지 않은 독자는 있어도 한 번 만 낸 독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도 독자들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 2001년 37명에게 전달한 4억 3818만 원을 시작으로 매년 성금 전달액수가 꾸준하게 증가했다. 2020년 49명에게 11억 7694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2021년 8월까지 전달 성금은 8억 9000여만 원으로 두 번의 성금 전달식이 남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달한 11억여 원을 훌쩍 넘겨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는 “아직도 주변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지만, 그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하거나 이웃에서 알지 못해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톨릭평화신문의 사랑 나눔 캠페인이 어려운 이웃들의 야전병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