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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 일반기사
2021.12.0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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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삶의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는 ‘절망 해독서’
세계적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 고통 받는 이들과 가족에 희망 건네 위기 겪은 이들의 다양한 사례 모아




마음 돌보는 동반

안셀름 그륀 신부 지음

조한규 신부 옮김

생활성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위기 상황을 마주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아버지가 자녀와 불화를 겪기도 한다.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를 끊으려 하고, 형제끼리 관계를 끊으려 하기도 한다. 이뿐만일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유 없이 공격을 받거나, 중년기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자녀가 심각한 병에 걸리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도 경험하게 된다.

독일의 영성가 안셀름 그륀(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가 한 개인의 일생을 관통하는 고난과 고통을 잘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절망 해독서 「마음 돌보는 동반」(생활성서)을 펴냈다. 그륀 신부에게 자신의 위기 상황을 알린 이들을 동반한 사례를 모아, 그들에게 닥친 고통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려고 건넨 희망을 소개한다. 위기에 빠진 이들과 이들을 곁에서 동반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그륀 신부는 부모가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포기한다면, 그 자녀는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게 되며 그는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를 끊으려 할 때, 부모는 위기를 겪는 자녀에게 지금 단절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변화가 일어나도록, 자녀가 언젠가 자신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다만, 성인이 된 자녀는 종종 자신을 잘못된 가정 교육의 피해자로 여긴다. 하지만 피해자 역할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도 자녀의 책임이다.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것을 토대로, 자기 자신을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은 자녀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그륀 신부는 가족 간 유대가 끊어질 때, 관계를 끊으려 하는 형제 자매가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진실을 바라보며 자신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리라는 희망을 절대 내려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륀 신부는 "실망은 자신의 중심에 이르라는 초대이자, 그런 가운데 하느님 안에서 안전함과 지지대를 발견하라는 초대"라고 강조한다. 그는 관계와 꿈이 깨졌을 때 "슬퍼하라"고 이야기한다. 슬퍼한다는 것은 고통을 통과해 당신의 영혼 깊은 곳에 다다르는 것이며 그곳에 이르면 고통과 실망, 자책, 분노 아래에 침묵의 공간이 있다. 그 침묵의 공간에서 자신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이처럼 힘든 위기 상황에 닥친 사람에게 실제로 필요한 도움은 곤경에 처한 사람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이 줄 수 있다. 그의 곁에 머물면서 절망과 실망, 죄책감과 자책, 비난과 호소를 묵묵히 견뎌야 그의 말을 오래 경청할 수 있다. 그래야 그가 직면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중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희망의 관점이다.

그륀 신부는 맺음말에서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위기는 언제나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당신이 자신의 삶의 모든 단계를 통해, 평화와 행복의 시기를 통해, 그리고 위기와 실패로 각인된 시기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만들어 주신 유일한 모습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성장하기를 바랍니다."(281쪽)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